검찰내 서열 2위인 대검차장과 빅 3인 서울중앙지검장, 대검중수부장및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는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김종빈 체제 출범 후 곧바로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의 향방에 대해 검찰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인사는 김종빈 총장 후보자가 오는 30일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4월 초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 곧바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김종빈 체제 1기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외부 입김, 특히 청와대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정통적으로 검사장급 인사엔 정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데다 신임 검찰 총장이 임명된 직후 치러지는 인사인 만큼 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의중이 100% 반영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또 김승규 법무장관의 협의 아래 검찰 인사가 이루어지지만 실질적인 임명권자는 대통령인데다 김 법무장관의 온건한 성격상 청와대의 요구를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란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검찰 내 서열 2위인 대검차장에 사시 17회인 노무현 대통령의 동기들이 어떻게 등용될지 여부와 아직까지 전례가 없었던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여부. 여기에 대검 중수부장직을 놓고 특수 수사통이 많은 사시 20회의 치열한 경쟁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종빈 체제를 이끌어 갈 검찰 주요 보직에 거론되는 인사들을 기수별로 분리, 집중 조명한다.

사시 16회
대검 차장…서영제, 김상희, 김재기


서열상 대검차장의 유력 후보군은 사시 16회다. 사시 15회인 김종빈 검찰 총장 체제가 출범하면 관례상 동기(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인사는 4명)는 검복(檢服)을 벗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15회인 이정수 대검차장이 김 검찰총장 후보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서 지난 주 사표를 제출했다. 특히 채수철 북부지검장과 황선태 동부지검장의 경우 지난번 인사에서 2기수 아래인 17회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지는 지검장 자리로 발령이 나 사실상 일선에서 후퇴했다.정진규 법무연수원장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옷을 벗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시 16회의 대검차장 유력 후보군은 서영제 대전고검장을 비롯해 김상희 법무부차관, 김재기 수원지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서열상 대검차장 후보군에 들어갈 뿐 실질적으로는 김재기 지검장은 고검장 승진 가능성이 높고, 김상희 법무차관, 서영제 고검장은 서울 고검장 등으로 수평이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내 전망이다. 고검장은 통상 한차례씩 수평 이동되는 것이 관례인데다가 총장 후보자의 한 기수 후배이기 때문에 16회에서 대검 차장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사시 17회
대검 차장…정상명, 이종백, 안대희


사시 17회는 가장 유력한 대검차장 후보군이다. 대검차장직은 주요 사건을 보고 받으며 총장을 근저에서 보좌하는 핵심 포스트이기 때문에 그동안 청와대 등 외부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해왔다. 특히 검찰총장이 임기 2년을 마치고 퇴임하는 해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사시 17회인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중 차기 검찰총장에 동기들을 우대할 것이란 노심(盧心)이 작용할 경우 사시 17회를 대검차장 등 주요 보직에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시 17회 중 대검차장의 유력 후보는 모두 3명이다. 정상명 대구고검장을 비롯해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안대희 부산고검장 등이다. 물론 유성수 대전지검장, 임승관 부산지검장과 이기배 광주지검장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고검장 승진이 더 유력한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성공리에 마무리지으면서 ‘안짱’이란 애칭과 함께 자타가 인정하는 검찰 실력자로 부상한 안대희 고검장의 경우 성격이 강직하고 원칙주의자란 평을 받고 있다.

특수수사통으로 검찰의 위상을 높였다는 공이 인정돼 지난 인사 때 ‘검찰의 꽃’으로 통하는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자금 수사 과정에서의 후유증과 여권과의 갈등설 등으로 형식상 영전 형태를 취한 부산고검장에서 만족해야 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안 고검장은 대검차장에 기용될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긴 하지만 일부 부정적인 견해에 밀려 서울고검장으로 수평이동되거나 대전, 대구고검장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법무차관 임명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인사 지시를 내릴 정도로 노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정상명 대구고검장도 대검차장에 기용될 가장 유력한 후보자 중 한 명이다. 노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시절 스터디 그룹을 함께 해 친분이 두터울 뿐만 아니라 노심을 가장 잘 읽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오히려 노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이 ‘역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권 핵심부와 줄을 대고 있다는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정권 차원에서 그를 중용 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그는 승진보다는 수평이동선에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현 서울중앙지검장인 이종백 지검장도 정상명 고검장 못지 않은 유력 후보자이다. 이 지검장은 대체로 잡음이 없고 무난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호남이라는 점에서도 PK 출신인 이 지검장이 권력 안배차원에서 대검차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6공시절 청와대 파견당시 정책관련 업무 등을 무난하게 수행했고,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역임하는 등 정책 판단 및 기획력이 탁월한 기획통으로 유명하다.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연임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오가고 있다. 서열상 17회에서 대검차장이 나오면 18회, 19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돼야 하는데 현 정권에서 18, 19회에 호감이 가는 인물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이럴 경우 전례가 없기는 하지만 이종백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연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상명 고검장과 이 지검장의 경우 노대통령과 절친한 사시동기 모임인 ‘8인회’의 멤버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시 18회
서울중앙지검장…
문영호, 홍석조, 홍경식


사시 18회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에 유력 후보군이다. 문영호 창원지검장 및 홍석조 인천지검장, 홍경식 의정부지검장, 정동기 대구지검장, 고영주 대검감찰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검장의 위치나 서열상 홍석조 인천지검장이 앞선 상태이지만 이건희 삼성그룹의 처남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송광수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문영호 창원지검장의 경우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 정권과는 별다른 유대가 없다는 평이다. 18회 후보군의 경우 대체로 순위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나 평판이 엇비슷한 상태인데다가 19회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배출될 경우 형식적으로는 영전 형태를 취한 고검장 승진이 예상되고 있다.

사시 19회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중수부장…
박상길, 임채진, 조승식

서열상으로는 18회에 밀리지만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박상길 대검중수부장과 임채진 법무부검찰국장, 조승식 대검마약·조직범죄부장(전 강력부장)등이 유력하다. 이밖에 안영욱 법무부 법무실장 및 정진호 법무부 보호국장, 강충식 대검공안부장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 2부장과 대검 중수부 1,2,3과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특수통인 박상길 중수부장은 1995년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는가 하면 한보철강 대출비리 수사, 신동아 최순영회장 외화 밀반출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박상길 중수부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 유력 후보로 임채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지검 형사 4부장 검사 재직당시 신용카드 대량위조 사건등을 수사했으며, 서울지검 2차장 시절, 삼신 올스테이트생명(주) 부실 대출사건을 진두지휘했다. 검찰 강력부의‘우상’인 조승식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도 후보로 올라와 있다. 부임하는 곳마다 관내 조직폭력배를 뿌리뽑는 등 검찰내 자타가 공인하는 강력 수사통이다. 괄괄한 성격에도 업무면에서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원칙주의자이며,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평이다. 사시 19회 중 선두를 달리다가 국민의 정부(DJ) 시절 한직으로 돌았다. 그러나 참여정부들어 강직함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조직범죄 수사를 총 지휘하는 마약·조직범죄부장에 임명됐으며, 지난해 검사장급 인사에서 유일하게 연임됐다.

사시 20회
대검 중수부장…이훈규, 박영수, 명동성


대검 중수부장 자리에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스타는 되지만 실리는 없다’는 평을 받아온 대검 중수부장으로는 이훈규 대검 형사부장과 박영수 서울고검차장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훈규 부장이 앞서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민주당과 재통합 의지를 보이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에 힘입어 박영수 검사장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 정권과의 화해 차원에서 DJ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을 지냈다는 경력도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기획력과 수사력을 동시에 겸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훈규 부장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이 부장은 몇 번의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박주선, 안대희, 문영호, 박상길에 이어 특수수사통의 정통 계보를 잇는 인물로 수사 경력면에서는 박영수 검사장보다 앞선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97년 김현철 비리 의혹 사건을 담당하면서 갖은 압력에도 불구,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결국 김현철씨를 구속 수사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서울지검 특수부장과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낸 명동성 제주지검장도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김종빈 검찰총장 후보자와는 동향으로 지역 안배 차원에서 불리한 점이 있다. 이훈규 부장과 박영수 검사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관장, 검찰내 빅3로 분류되는 법무부 검찰국장 후보에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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