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어느 정권 때 보다 더욱 철저한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되었다.” 이 대목은 KBS 중견간부들로 구성된 ‘KBS 발전협의회’가 자괴하는 마음에서 지난 7월 중순 발표한 ‘선언문’의 일부이다. 9월 하순 개최된 방송저널리즘 심포지엄에서도 한 대학교수는 KBS가 “정권적 수준에서 편파시비에 말려들어가면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또한 9월 하순 방송위원회의 ‘시청자 불만처리 현황’에서도 지상파 방송 3사들중 KBS가 불공정성과 선정적인 내용에 대한 시청자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2일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6,000여명이 KBS 본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KBS는 벌떼처럼 일고있는 편파방송 항의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없이 배짱도 좋게 ‘불공정’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공영방송이라기 보다는 ‘편파방송’, 아니면 ‘권력의 하수인’ 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했다. KBS가 얼마나 권력 하수인 짓을 하면, 외부의 비판은 물론 내부 중견간부들조차 ‘철저한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되었다고 들고일어났겠는가 헤아리고도 남는다. 이젠 KBS를 망가뜨린 책임을 찾아내 바로잡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다. 그 책임은 최고 경영자에게 있고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KBS 발전협의회 선언문’은 KBS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된 이유를 적시했다. “정연주 사장의 경영능력 부재 및 개혁을 가장한 관리행태”에 있으며, “개혁을 표방해 사원들을 줄 세우고 코드화”하는데 기인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9개월 전 KBS의 편성제작국의 한 PD도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정 사장의 책임 문제를 제기한바 있다. 그는 야당에 의한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 추진은 “송두율 관련 프로그램(간첩 미화)이 계기가 되었다”며 “그 프로그램 제작에 가장 책임이 있는 정 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의 편파방송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방송에서의 일방적인 노 대통령지지 등 일일이 예거하자면 한이 없다. 심지어 KBS는 몇달 전 저녁 9시 TV뉴스를 통해 미국인들은 TV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얼굴만 보아도 짜증을 낸다고 보도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의 방송들은 물론 한국 주요 신문들에서도 뉴스 가치가 낮아 다루지 않은 고십 거리를 황금시간대인 9시 뉴스에 올려놓았다. KBS의 수준과 코드를 반영한 것이었다. 한나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오래전부터 KBS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외국 같았으면 KBS 사장은 벌써 물러났어야 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BBC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정보가 영국 “정부에 의해 조작됐다”고 보도했다가 그것이 오보로 밝혀지자, 즉각 사장은 물론 이사장까지 모두 사임했다. 영국의 경우 방송사의 오보가 국가적 물의를 빚자, 그것 한 건으로 사장과 이사장이 줄줄이 물러났음을 상기할 때, KBS 사장은 그동안 드러난 수많은 문제점들로 보아 이미 오래전에 사임했을 법하다. 하지만 그는 해임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KBS 사장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그를 해고하지 않고 비호한다는데 바탕한다. 노 대통령은 KBS사장의 편파방송이 공영방송의 위상을 뒤집고 국민의 분노를 터뜨리지만, 자신의 코드에 맞고 “어느 정권 때 보다 더욱 철저한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마음에 쏙 들게한다는 것을 높이 산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작년 취임하자마자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노 대통령은 사장 임명과정서 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고 그토록 말썽이 많은 KBS 사장을 계속 싸고돈다면, 자신의 주변에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들’만 꼬여들고, 선량한 국민들은 더욱 더 자신을 멀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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