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1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 나가 “여러분은 나와 함께 사고를 친 공범” 이라고 밝혔다. 그가 ‘공범’이라고 한 것은 죄를 공모한 공범자가 아니고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준 ‘1등 공신’이란 보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29일 발표된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자신의 일부 ‘1등 공신’들과 함께 정말 공모하여 실정법을 어긴 ‘공범’으로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법정에서도 검찰수사 결과대로 혐의들이 입증된다면, 국회에 의해 탄핵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는 스스로 물러나야 할 처지에 빠질지도 모른다.필자는 지난 12월 14일자 ‘일요서울’의 ‘특검 이후 대통령의 정치운명’ 제하의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이 특검 조사결과에 따라 대통령직을 떠나야 할 운명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부르는 그의 측근들과의 검은돈 거래, 측근들의 부정비리 은폐, 그들의 고약한 죄질 입증, 간첩 송두율의 ‘민주 투사’ 미화사건과의 연루 등이 드러날 경우 그는 탄핵이나 사임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고 예견했다.불행하게도 노 대통령의 정치운명은 1월 특검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작년의 검찰 조사만으로도 탄핵과 사퇴의 압력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의 검은돈 거래, 측근들을 위한 부정비리 은폐, 그들의 고약한 죄질 등이 검찰조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측에서는 이미 노 대통령의 사퇴와 탄핵을 들고나섰다.하지만 노 대통령은 스스로 퇴임하기 보다는 반격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인기도가 크게 떨어지자 지난 8월 한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만만하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하였다는 데서 그렇다. 그는 “정치 10단, 정치 9단이라는 사람들에게도 꺾이지 않고 대통령까지 왔다”고 자랑삼아 밝히기도 했다.또한 그는 지난 10월 중순 재신임 제안과 관련, 자신이 사임하면 “무책임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기에 재신임을 묻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사임 보다는 재신임을 받아내 사임하지 않을 자신이 섰기 까닭에 재신임을 들고나온 것이었다. 그는 그로부터 1주일 후 “전 여러 번 죽었다 살아났다. 이번에도 다시 살아나고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 만만하게 말했다. 측근 비리로 쫓겨나는 일은 없고 다시 일어날 확신이 서있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저와같은 노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자신감을 상기할 때, 그는 결코 ‘만만하게’ 무너지지 않고, 정치 10단에게도 꺾이지 않았던 묘수를 발휘해서라도 다시 살아나려 버틸 것이 틀림없다.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일단 검찰수사 결과로 검은 돈 수수의 공범이요, ‘동업자’ 측근들의 고약한 죄질 노출로 인해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거기에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중 아침엔 검은 돈 받은 자리에 동석했고 낮엔 유세장에 나가 ‘깨끗한 선거’를 외쳐대는 등 두 얼굴의 녹슨 양심을 노정시킴으로써 지도자로서 신뢰를 잃었다. 그는 비리와 관련해 거짓말도 했다. 실정법 위배이고 도덕적 파산이며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상실이다.노 대통령은 언젠가 “임기를 못 채우더라도 차라리 개혁에 큰 획을 긋고 중도에 물러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선언한바 있다. 노 대통령은 이 대목이 거짓말이었는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참말이었는지,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차제에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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