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부터 쏟아내는 말들이 계속해서 국민들간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불안을 부추기고 있어 걱정이다. 처음 몇 달 동안만 해도 노 대통령의 정제되지 못한 말은 단순히 거친 말습성의 소치로만 생각되었었다. 그의 막말은 젊었을 때의 막노동판 생활, 짧은 판사 경력으로 끝난 위계질서 습관 결여, 재야운동권 변호와 체제저항적 의식심화, 감성적이고 충동적 성격, 자신의 언변에 대한 과신 등이 합작해낸 불량품으로 간주되었다.그런가하면 어떤 학자는 노 대통령의 말 실수는 “단순한 말실수나 생각의 모자람이 아니라 권위주의 정치문화, 파워엘리트 중심주의, 상명하달식 침묵주의를 파괴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자신이 “자조적 냉소적 표현을 자주 쓰는 버릇”은 “그간 비주류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생긴 습관 같다”고 자평하면서 “금방은 못고치겠지만 주류와 비주류를 포괄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적절한 처신을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그로부터 8개월이나 지났지만, 노 대통령의 막말은 그의 약속대로 고쳐지지 못하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12월24일의 경우만 해도 노 대통령은 “민주당을 찍으면(4월총선에서)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사전선거 운동 혐의로 노 대통령을 고발했고 민주당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펄쩍 뛰었다. 말썽을 빚는 노 대통령의 말은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하나는 젊잖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속어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간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불안을 조성하는 선동어가 그것들이다.‘깽판’ ‘개판’ ‘양아치’ ‘잡초 정치인 제거’ 등 노 대통령의 비속어는 그런대로 이해할 수는 있다. 모든 국민의 모범이어야 할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잃은 막말이기는 하지만, 소탈한 화법으로 치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국민들간의 갈등·분열·불안을 증폭시키는 노 대통령의 막말은 관과될 수 없다. 그는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 “시민혁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이 개판” 등의 외마디 소리를 서슴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사뭇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며 피투성이의 시민혁명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섬뜩한 말로 들리게 한다는데서 그렇다. 동시에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그들’과 ‘우리 노사모’로 편을 갈랐는가하면, “방송 없었으면 대통령 됐겠나” “신문만 안보면 다 잘되고 있다”고 공언함으로써 신문은 적이고 방송은 우군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함축했다. 그는 “광주 시민들이 이회창 총재는 싫고… 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95%지지 지역몰표 상처를 되살려낸 감을 금치 못하게 했다. 저와같이 갈등·분열·불안을 조성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들은 대통령으로서의 지도력을 의심케 한다.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국민의 안정과 화합에 기반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안정과 화합 대신 도리어 갈등·분열·불안을 증폭시키는 막말을 계속 토해낸다. 그런 역기능적 대통령직은 필요치 않다. 노 대통령은 제발 막말을 접고 국민을 갈등·분열·불안 속으로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말대로 “주류와 비주류를 포괄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적절한 처신”을 하지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적절한 처신’을 할 수 없다면, 노 대통령은 차라리 “못해 먹겠다”는 대통령직보다는 ‘노사모’보스 자리로 옮겨 앉는 편이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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