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열린 민주당 당무회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추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꼴불견 현장이었다. 이날 당무회의장은 신당 창당을 위한 전당대회 안건 결정을 놓고 신주류와 구주류간의 욕설과 멱살잡이로 난장판이 되었다. 양측은 서로 “뭐야! 임마!”, “이 XX야. 네가 그럴 자격 있어? 배신자 더러운 XX!”, “김태랑, 이놈아!”, “바르게 살아. XX의 XX. 죽어”, “정균환 XX놈. 이런 놈은 왜 데려왔어, 한나라당에 남겨두지”, “김태랑 밟아버려!”.욕지거리와 멱살잡이가 난무한 민주당 당무회의의 추태를 보면, 국회의원이라기 보다는 막가는 막가파들 같다. 막가파들이 장물 취득물을 놓고 서로 더 가지려고 눈이 시뻘개져 아귀다툼하는 현장 같을 따름이다.저것이 일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수준을 반영한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의원들의 옳지 못한 행태들은 얼마 전 동아일보의 ‘정치인 참회록’ 제목하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서도 일부 공개되었다. 과거 자기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에서 혹은 오늘의 한국 정치문화 후진성을 고발한다는 의미에서 전현직 의원들이 털어놓은 독백들이다. 유준상 전의원은 4선 하면서 15년간 자신이 국회의원으로서 해서는 안되었던 잘못을 참회의 뜻에서 솔직히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3김 정치의 앞잡이’ 였다고 자괴했다. 그는 의정활동이 “DJ(김대중)의, DJ에 의한, DJ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후해했다. 그는 심지어 DJ를 위해 김해 김씨 문중 예산 확보를 위한 앞잡이 노릇도 충실히 했다고 실토했다. 유 전의원이 그렇게 했던데는 필시 까닭이 있었을 것이다. DJ의 ‘앞잡이’ 노릇을 남보다 더 충실히 하지 않는다면 차기 공천도 받지 못하고, 국회 경제과학위원장이란 감투도 따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한국과 같은 정치문화와 구조속에서는 당권자의 앞잡이 노릇을 충견처럼 하지 않고서는 공천도 받지 못하고 정치자금도 얻어 쓸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지난 DJ 집권 시절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유난히도 튀는 행동과 발언을 일삼던 의원들의 얄팍한 속내를 알만도 하다. 이런 정치풍토에서는 국회의원이란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국민의 대표라기 보다는 사욕을 채우기 위한 정상배, 바로 그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요즘 심한 욕설이나 큰 목소리로 설치는 자들도 한 자리 하기 위해 누구의 ‘앞잡이’로 날뛰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한나라당의 오세훈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서 당지도부의 장외투쟁에 행동대원처럼 동원돼야 했던 자신이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의 무조건 따라오라는 명령을 거부하게 되면, “너만 잘 났느냐”는 핀잔이 날아온다고 했다. 그는 온당치 않다고 생각되는 동원에는 빠지고도 싶지만 “출석을 체크하는 당지도부의 눈빛이 섬뜩해 답답하기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국회의원이라기 보다는 당의 지시대로 뛰어야 하는 돌격대에 지나지 않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의 송광호 재선 의원은 표밭갈이를 위해 공인으로서의 양심을 내팽개쳐야 했던 자신의 행적을 참회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 도의원·군의원·지역유지들이 충주 괴산 지역 달천댐 걸설안만 “막아주시면 제천에 있는 친지들을 모두 동원해 다음 선거에서 돕겠다”는 말에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시켰다고 고백했다. 그는 심지어 표밭갈이를 위해 하루 통과차량이 10대를 넘지않는 교량을 226억원을 들여 건설토록 했음을 자책한다고 했다. 김택기 민주당 초선의원은 자신의 본업이 입법의원인지, ‘술상무’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갈 때가 적지않다고 했다.그는 지역구 주민들의 대소사에 쫓아다니다 보면,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마신 술 때문에 하늘이 빙빙 돌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온종일 영업사원처럼 돌아다닌다면서 내가 국회의원인지 술상무인지 모르겠다는 회의가 들 때가 많다”며 그래서 “국회의원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가 보다”고 밝혔다.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자화상은 멱살잡기. 욕설퍼붓기, 당권자의 앞잡이 충견노릇, 장외투쟁 돌격대원, 표밭갈이 위한 국고낭비, 술상무, 무식한 국회의원 등의 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들을 뽑았고 그들에게 옳지 못한 것을 청탁하는 국민들도 공범이다. 언제나 이 나라에는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 신뢰받는 대통령, 지역감정과 내것 챙기기를 떠나 국익을 위해 투표하는 백성이 자리잡을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