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7월 8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11개 항목들 중 첫머리에서 기존의 ‘협력 동반자관계’를 ‘전면적 동반자관계’로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하였다. 이 대목만 보면, 한국과 중국은 정말 ‘협력 동반자관계’였고 앞으로는 ‘전면적 동반자관계’로 더 가까워져 갈 것 같은 기대감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지만 한중관계는 그동안 ‘협력 동반자관계’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전면적 동반자관계’로 발전될 수 없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한중관계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협력 동반자관계’에 있지만, 정치·군사·외교관계에선 ‘적대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작년도 한중 교역량은 411억달러로서 516억달러의 미국과 450억달러의 일본에 이은 세 번째 교역대상국가이다. 그밖에도 한중간에는 ‘한류’와 ‘한풍’ 등 문화교류도 활발하며 인적교류또한 봇물을 이룬다. ‘협력 동반자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군사·외교 측면에서는 ‘적대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라는 데서 자유민주체제인 대한민국과 ‘협력 동반자관계’로 합칠 수 없도록 상치되어 있다. 중국은 군사관계에서는 아예 한국의 잠재적 적이다. 중국은 한국의 ‘주적’인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까닭이다. 53년 전 중국은 북한이 6.25기습남침 계획을 제시하자, 그것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미군 중심의 유엔군 참전으로 도리어 북한이 남한에 의해 흡수 통일될 위기로 몰리자, 중국은 서슴없이 30만대군을 투입시켜 압록강까지 북진한 자유십자군을 다시 평택까지 밀어냈다. 당시 중국은 전사자 23만명에 부상자 72만명의 희생을 냈다. 그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북한의 맏형처럼 북한 공산당정권을 희생적으로 호위해 주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경제난에 봉착하면 식량과 석유를 퍼주었고, 외교적으로 곤경에 처하면 모든 것을 걸고 공산당정권을 구해 주었다. 만약 중국의 굳건한 후견자적 엄호가 없었더라면, 북한 공산정권은 1980년대말 동구 공산권 국가들처럼 자유민주체제로 전복되었을 것이고, 199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 협박도 감히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후반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총서기는 동구 공산주의 정권들에 ‘개혁’ ‘개방’정책을 강요했다. 그로 인해 헝가리와 폴란드를 비롯한 모든 동구 공산국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자유민주체제로 바뀌었다. 그 틈에 동독은 서독으로 흡수통합되었다. 고르바초프는 그때 북한에도 ‘개혁’ ‘개방’정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을 믿고 고르바초프의 압력을 거부했으며 김일성 1인 우상체제를 지탱할 수 있었다. 또한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한국은 무사 못할 것’ ‘전쟁유발’ 등 협박하고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아마도 중국이 북한을 그토록 비호하지 않았다면, 북한은 핵무기 협박을 하다가 벌써 이라크 신세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작년부터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털어놓고 있는데도, 미국이 이라크처럼 혼쭐내주지 못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어떤 형태든 제재를 가하려할 때마다 절대 반대한다며 북한 편을 들고나섰다. 93∼94년에도 그렇게 맞섰고, 지금도 대북제재를 반대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만 주장하며 북한을 비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1990년대 최악의 식량난때 붕괴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살아남아 지금도 도리어 남한 적화마저 위협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지원 때문이었다. 중국이 북한을 저렇게 결사적으로 지원해주는 까닭은 분명하다. 북한은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체제이며 북한이 남한에 흡수될 경우 중국의 대만 통합이 어려워지고 중국 공산체제가 위협받는다는 데서 그렇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반드시 남한을 공산화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중국은 정치·군사·외교적으로 남한의 잠재적 적이다. 그런 적대적 국가를 상대로 ‘전면적 협력동반자’로만 인식한다는 것은 한국인들의 대중 경계심을 송두리째 해체하는 위험을 수반한다. 중국은 경제적 ‘협력동반자’이지만, 정치·군사·외교상으로는 ‘적대적 관계’임을 동시에 잊어서는 아니됨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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