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행정부와 혁신성향 시민단체들, 그리고 일부 판사들이 대법원마저 운동권식으로 개편하려 덤비고 있어 걱정이다.이 나라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까지 혁신세력의 운동권식 세몰이에 의해 흔들리는게 아닌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에 대한 첫 공략의 신호탄은 강금실 법무장관에 의해 터져 나갔다. 그는 지난 12일 열렸던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회의도중 갑자기 중도 퇴장했다. 그리고 이어 그는 이 자문회의의 당연직 위원직 사퇴의사도 밝혔다.강장관의 사퇴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바 없지만, 한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3명의 후보들이 모두 보수성향의 인사라는데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그동안 노무현 행정부와 혁신계열의 재야법조계 및 시민단체들은 혁신성향의 인사 추천을 원했었다.강장관이 중도 퇴장하자 일부 소장판사들이 대법원장에게 재고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제출하고 나섰다. 일부 부장판사들도 반대입장을 표출했다. 물론 대한변협과 민변 등 재야법조계도 대법원에 대해 비난성명을 냈고 그들과 코드가 맞는 시민단체들도 가세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헌법상 ‘고유권한’이며 특정단체들의 의견개진은 “헌법질서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나무랐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대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반발 세몰이에 실망한 법관들은 “법원내 말없는 다수들이 행동해야 할 것 같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사법부도 문제점이 있으면 당연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법원내 연공서열과 인사숨통 터주기식 법관 인사시스템 개혁을 위해 도입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의 절차마저 현직 법무장관이 거부했고 일부 법관들조차 거기에 동조하고 나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요, 운동권식 접근 발상이다.노무현 행정부와 지지세력은 걸핏하면 ‘참신’·’변화’·’개혁’ 등을 내세운다. 이들은 자신들의 코드를 거부하면, 으레 ‘수구’, ‘변화 요구외면’, ‘기득권 저항’세력이라고 매도해왔다.6개월전 교육부총리 임명과정에서도 혁신세력은 두사람의 장관 후보들을 ‘반개혁적 인사’니 ‘교육개혁과 거리가 먼 인사’니 하며 반대했다. 그들의 요구에 따라 제 3의 ‘개혁적’인물이 임명됐다. 하지만 이 개혁적 교육부장관은 취임초부터 계속된 자기 말 뒤집기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태의 혼란만을 빚어냈다. 도리어 반 ‘개혁적 인사’로 지탄받던 보수적 인사가 교육부장관이 됐더라면 그러한 말 뒤집기와 대혼란은 없었으리라고 본다. 또 노대통령과 코드를 같이하며 ‘개혁’, ‘변화’, ‘참신’인물들로만 가득찬 일부 청와대 보좌진들도 별볼일없는 존재로 실증됐다. 일부 ‘개혁’, ‘변화’, ‘참신’보좌진들은 양길승 대통령 부속실장의 술집향응과 청와대측의 감싸기 등을 통해 드러낸바와 같이 ‘개혁세력’에 대한 불신과 실망을 자아내게 하기에 족한 추한짓들을 저질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행정부와 혁신세력은 이미 국민들의 호소와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된 ‘개혁’, ‘변화’, 참신’을 계속 내세운다. 이유는 명백하다.‘변화’를 앞세운 ‘비주류’가 주류를 성급히 뒤엎기 위한데 있다. 이번 대법관제청반대 파문도 그렇게 급진적으로 몰아내려는데서 파생한 것으로 봐 무방하다.특히 사법부는 행정·입법·사법부의 3권중 가장 보수적 체제유지의 보루로서 버팀목 역할을 하도록 돼 있다. 미국을 비롯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다 그렇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1930년대 초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급진적 ‘뉴딜정책’에 대항해 보수적 한결로 제동을 걸어 외로이 균형을 유지해 주었다.노무현 행정부는 좌로 경도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거기에 대해 대법관 인선마저 운동권 방식에 의해 혁신계로 밀어붙인다면, 3권분립의 균형추는 깨질 수밖에 없다. 일찍이 몽테스키외는 국가의 3권들중 한쪽이 둘을 장악하게 될 때 자유는 파멸되고 만다고 지적했다.따라서 대법관 제청파문은 운동권식 길들이기에 대법원이 굴복하느냐의 문제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3권분립과 사법부의 독립여부와도 연계된다. 대법원의 소신있고 결연한 대응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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