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월 “나 때문에 시위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집회·시위가 지난해 보다 늘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바뀌니까 시위하면 잘 들어줄 것 같아서인가”라고 자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그가 집권한 이후 시위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화염병 난동시위까지 다시 일어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게 된 연유는 자명하다.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시위하면 노조와 코드가 같은 노 대통령이 “잘 들어줄 것 같아서” 였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노조가 우왕좌왕하는 노무현 정부를 ‘갈대 정부’로 얕잡아보고 밀어붙이면 굴복한다고 믿게 된 데도 기인했다. 11월9일 초저녁 서울의 광화문-종로2가 일대에서는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가운데 유혈이 낭자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3만5,000여명과 경찰간의 혈투였다. 이 난투속에 경찰 44명과 시위자 50여명이 부상했다. 서울에서 화염병 시위가 사라진지 2년 8개월만의 난동이었고, 광화문 일대 기록으로는 6년만에 치솟은 불기둥이었다. 11·9 폭력시위는 노조의 기본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권력을 우습게 여기는 폭력 숭배자들의 소행으로 빚어졌다. 시청 광장의 시위에서 민노총측은 손해배상 및 가압류제도 개선, 비정규직 차별 철폐, 국민연금 개악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등을 외쳤다. 하지만 이런 요구들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동자의 임금 및 복지와 직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정치투쟁이고 기존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며 ‘갈대 정부’ 길들이기로 간주된다. 노조 시위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 구호를 외치고 나섰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욱 정치투쟁이라는 색깔이 선명해 진다. 노조의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러 정치적 목적을 쟁취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자신 때문에 “시위가 늘어난 것”으로 스스로 파악하고 있으며 자신을 우습게 여긴 나머지 없어졌던 화염병마저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는데 책임감을 통감하고 결연한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다. 노 대통령이 취해야 할 결연한 자세란 단지 폭력시위에 맞서 엄정히 법대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 그것 뿐이다. 노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엄정한 법과 원칙에 입각한 파업 대응과 성공 사례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1981년 국가 공무원신분인 항공관제사들이 근무단축과 임금인상 등을 내걸고 파업에 들어갔다. 공무원의 파업은 불법이기 때문에 레이건 대통령은 파업을 중단하고 일자리로 복귀하지 않을 때 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레이건은 노조원들이 자신의 명령에 불복하자 1만3,000여명의 파업가담자중 4,000여명을 즉각 법대로 해고했다. 그는 나머지도 복귀치 않을 경우 전부 자르겠다고 통고하는 등 결연하고도 단호한 자세로 임했다. 끝내 항공관제사들은 레이건의 법과 원칙 앞에 굴복하고 말았다.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도 1984년 드세기로 이름난 탄광노조의 파업을 법과 원칙에 준거해 바로 잡았다. 그는 부당한 탄광노조의 임금인상 파업에 수개월씩이나 물러서지 않고 단호히 맞서 꺾었다. 결국 그는 툭하면 파업하고 나서던 탄광노조의 버릇을 고쳤고 그후 영국은 평온해졌다. 저와같은 역사적 기록을 상기하면, 노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취해야 할 자세는 더 한층 분명해진다. 노조의 정당한 요구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정치투쟁, 불법파업, 화염병 및 폭력 시위 등에 대해서는 갈대처럼 흔들리지 말고 레이건과 대처처럼 법과 원칙대로 엄히 대처하는 것, 그것 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