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같이 묘한 것이 없을 게다. 금방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으르렁대다가도 금세 또 손잡고 히히덕거리는가 하면, 입안의 것을 내줄 듯해 보였던 사이가 갑자기 살부지수 인양 변해 버린다. 한마디로 이게 사람 사는 이치일지 모른다.사람 한 평생이 뻔하지 않은가. 어떻게 하든 불편하고 힘든 것을 피해 편해지고 싶은 게고, 거기다 풍요롭고 즐거우면 더 바랄게 없는 속세 사정은 지구 멸망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따라서 불편한 것을 서로 떠넘기려는 전쟁이 영원할 수밖에 없고, 더 갖기 위해 일으키는 피나는 혈투도 전리품이 보이는 한 영구히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 스스로가 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지혜와 슬기를 맨 먼저 꼽는 것이 그러한 인간세계의 한계를 아는 까닭이다.지혜 있고 슬기롭다는 것은 다 아는 바와 같이 사람이 사물의 도리를 알고 선과 악을 분별하는 마음 작용이 반듯하다는 뜻이다. 말로 듣기에는 아주 쉽고 조금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절대로 간단치가 못한 것이 천길 물속 깊이는 잴 수 있지만 사람이 사람 마음을 들여다 볼 재주가 여의치 못하다는 것이다.음험함을 감추고 위선으로 남의 마음을 도적질하는 속내를 쉽게 간파할 수만 있어도 세상이 오늘처럼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선과 악이 사람 마음을 함께 지배해서 일으키는 상황을 미리 짐작해 낼 능력도 우리 인간에겐 없다. 그러다 보니 서로 의심만 늘고 속지 않기 위해 더 약삭빨라져야 할 것은 당연하다. 약삭빠른 것이 세상사는 지혜로 여겨질 만큼 말이다.이처럼 사람 마음은 세상 보는 눈과 비례해지기 마련이다. 만약 눈 안에 든 세계가 온통 흰 빛을 낸다면 자신 또한 그 흰빛 무리 속에 함께 하기를 원할 것이다.며칠 전에 있었던 이 나라 정경 지도부의 ‘투명사회 협약체결’도 그렇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정부패 추방, 정의사회 구현 등을 말 안한 정권이 없었다. 그럼에도 국민은 그 때마다 냉소했었던 연유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 눈에는 정의를 부르짖는 주류가 오히려 척결 대상으로 보였던 적이 분명하게 있었을 것이다. 이때 일어난 사회적 효과는 ‘힘(力)이 곧 정의’라는 강한 인식뿐이었다.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개혁 논리에는 많은 국민들 시선이 싸늘해지는 이유가 그 같은 인식 때문이다. 그럼 우리사회가 지금 어떻게 해서 투명사회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자명해진다.정권적 차원에서 방향을 정하고 돈과 권력이 서로 투명해지자는 약속을 한 건 지극히 옳은 방식이다. 하지만 방법이 급해서는 안 된다. 급하면 물리적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통치적 성과로 평가받을 욕심까지 내면 역시 힘이 곧 정의임을 입증하는 것 외로 더 얻을 가치가 있을 것 같지 않다.권력 가진 자들, 돈 가진 자들이 투명사회를 국민 앞에 약속하기에 이른 건 그동안 돈과 권력 앞에 꼬일 대로 꼬여있는 국민마음을 아는 까닭일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실행방식과 절차를 부드럽게 하여 흐름의 이치를 만드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정말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다.밥상머리에 날아드는 파리를 보고 그냥 놔둘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파리가 물통 같은데 빠져서 살아나려고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면, 파리를 건져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살려주면 무슨 좋은 일이나 한 것처럼 즐거울 수 있는 게 사람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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