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두산 그룹의 창업 역사가 올해로 109년이다. 두산 기업이 한 세기를 넘기는 동안 ‘페놀사건’등 몇 차례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지만 화목한 가족 경영으로 고난을 넘겨 빠른 속도로 기업신망을 회복했던 사실을 국민이 모르지 않는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재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퍼졌던 갖가지 반윤리, 반도덕적인 시중 소문에서도 두산 그룹은 상처 받은 적이 거의 없다. 그랬던 두산 기업이 형제들 간의 폭로와 비방으로 얼룩지면서 하루아침에 골육상쟁의 대표적 사례 기업이 돼버렸다.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져서 화해나 제3자 조정은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철저히 황금의 노예가 돼버린 이들 형제들에게는 지금 황금의 가치 말고는 무엇도 느껴지지 않을 모양이다. 재벌가족의 이런 꼴을 보면서 대부분의 국민들 마음은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 없음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길는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이 같은 골육상쟁이 어디 꼭 많이 가진 자들 세계에만 국한된 것이겠는가. 근래 정부청사 이전문제가 가시화되고 전 국토에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인심 자랑하던 농촌 산골에 밭뙤기 몇백평조차 기막힌 송사에 휘말리고 있는 현실이다. 고향의 부모님은 당연히 장남이 모셔야 한다며, 농촌에 남아서 겨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몇 마지기 논밭농사에 의지해 어렵게 살아가는 형님모습을 동생들이 미안해하고 딱해했던 것은 이제 옛 얘기가 되고 말았다.형님이 땀 흘려 농사짓던 밭뙤기가 갑자기 투기 대상이 돼서 땅값이 치솟자 제몫 주장하는 형제간 소송사건이 전국의 법원에 봇물을 이룬다고 한다. 오죽하면 해당 재판부가 재판에 앞서 옛 중국의 격언에다가 고려 공민왕 때의 형제투금(兄弟投金)일화까지 소개해서 화해 권고를 했을까. 금덩이 때문에 평소 존경하던 형에게 시기와 질투가 생겼으니 금을 강물에 던져 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동생의 마음을 강조하면서까지 재판부가 안타까움을 토했다.그래도 재판부의 뜻을 외면하고 부끄러움을 갖지 못하면 소송을 낸 형제들은 살아생전에는 어쩔 수 없는 돈의 노예로 묶여 살아야 할 것 같다. 재판부는 ‘여러분이 낳은 자식세대들을 위해서라도 골육상쟁을 그만두라’며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명복을 비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허심탄회한 형제간의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버지 형제가 돈 때문에 원수처럼 변해진 모습을 지켜본 그 자식들 관계가 앞으로 어떨 것이라는 건 짐작되고도 남을 일이다. 차라리 남 같으면 영원히 소식모르고 지낼 수도 있을 일이지만, 한집안 사촌끼리는 도저히 내려놓을 수도 지워낼 수도 없는 무거운 업보를 느끼며 살아야 할 것이다.때문에 우리는 근자 빚어지고 있는 두산 그룹의 처절한 골육상쟁을 지켜보며 혀만 찰 일이 아니다. 형제 우애를 과시하며 화목해 보였던 109년 역사의 한 대기업 가족이 한순간에 존경받던 명예와 돈 그리고 어쩌면 건강까지 전부를 잃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직면했다. 누가 그렇게 만들거나 그렇게 시킨 것도 아닌 형제간 재산 싸움 때문에 말이다.그럼 우리는 이제 다시 한 번 사람 사는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돈보다 더 중요한게 지금 세상에 뭐가 있겠느냐는 물질 노예철학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가 이번 두산 가족의 골육상쟁을 지켜보며 그 동안 잠재웠던 교훈적 가치를 다시 일깨우게만 된다면 두산 형제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사회는 정말 시대적으로 꼭 필요한 값진 것을 얻게 되는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두산 그룹 형제들도 이번 사건이 주는 교훈을 뼈에 새겨야 미래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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