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 ‘일요서울’은 지령601호 지면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우려되고 있는 정황을 심층 보도 한바있다. 일요서울 취재진이 취재결과 DJ가 위독하다는 결론을 얻은 배경은 크게 세 가지였다. 그 첫째가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병원 측이 특수호흡기 착용을 검토했다는 점, 둘째가 최측근 가신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박지원씨 말고는 동교동 문이 닫혀있는 점, 또 하나는 김 전 대통령의 모든 공식 일정이 연말이후로 미뤄진 상황등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이처럼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한 DJ위중설이 나돌자 가장 당혹한쪽은 여권 핵심부였다. 국민의정부 도청사실이 공개된 후 호남 민심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DJ위중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여권 전체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의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을 것이다.그러나 정작 국민이 안타까워 한 것은 그런 정략의 차원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 나라의 민주화과정에 기여한 DJ와 YS의 족적은 아주 뚜렷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록 그것이 양 김씨의 지독한 대통령병과 무관치 않은 행보였다 해도, 또 차례로 대통령이 되고난 뒤의 과오가 적지 않았다 해도, 두 사람이 겪은 고난과 역경의 세월만큼은 주저 없는 역사의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반목은 당사자들만의 문제일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의 과거 투쟁이 가감 없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당위성은 그 가치가 절대적인 공공의 이익에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땅의 군사독재문화 청산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그런데 이상하게 우리국민은 오히려 그 시절보다도 훨씬 더한 갈등의 늪으로 빠져든 실정이다. 현실정치는 DJ자신의 표현대로 ‘나의 정치를 계승한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런 바탕에서 앞으로도 우리역사의 수레바퀴는 당분간 DJ·YS의 정치적 제자들을 중심으로 굴러갈 공산이 짙다. 양김씨가 그걸 모를 리 없다.그렇다면 YS·DJ의 화해는 빠를수록 좋다. 만약 끝까지 ‘가깝고도 먼 당신’의 관계가 그대로인 채 80넘은 고령의 어느 한쪽이 눈이라도 감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천추의 한을 남길 수밖에 없을 일이다. 더욱이 영·호남간 지역감정의 결자(結者)책임이 막중한 까닭에 두 김씨에게는 살아생전에 반드시 화해해야할 역사적 책무가 있는 것이다.다행히 통 크다고 알려진 YS가 화해시도를 했다. DJ의 병세를 의식한 YS의 마음이 갑자기 바빴을지도 모른다. 내친김에 YS의 자연스러운 동교동 문병행이 기대됐지만 ‘당분간 두고 보자’는 방향으로 주춤해있는 상태다. YS의 전화통화에 이어 지난14일에는 한나라당 박근혜대표가 DJ문병을 다녀왔다. 양 김씨가 애증이 교차한 라이벌 관계였던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과 DJ는 서로 증오만을 키웠던 정적(政敵)의 관계였다는 점에서 관계개선의 의미는 확연하게 다른 것이다. 출신지역을 볼모로 했던 ‘3김정치’의 진정한 청산은 3김의 ‘배제’가 아니라 ‘극복’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YS·DJ의 화해는 상생정치를 여는 단초가 될 수 있다.국민은 다만 정치9단의 정치기법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지금 ‘정치적인정치’ ‘꼼수정치’같은 것에 신물을 낼만큼 질려있다. 말로 하는 정치권의 어떤 약속도 믿지 않게끔 돼버렸다. 이 같은 국민정서를 ‘양김’으로 대칭되는 두 전직 대통령이 모르지 않는다면 화해를 더 저울질하고 미룰 때가 아니라는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한다.두분이 국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방법도, 시간도 별반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두분의 진정한 화해의 가치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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