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미국 상원은 여야간에 첨예하게 대결돼 있었던 건강보험개혁법안(건개법)을 통과시켰다. 11월 하원에 이어 상원도 다수결로 채택한 것이다. 이 법안은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 58명 전원과 무소속 의원 2명의 찬성속에 60대 39표로 통과되었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 39명 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건개법 법안이 하원에서 최종 절충 마무리되면, 그동안 돈이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3100만 미국인들이 정부지원으로 혜택을 받게 된다.

공화당은 한국의 야당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처럼 소수 야당으로서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회의장을 점거하고 해머로 문짝을 때려부수지 않았다. 퇴장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공화당은 의회민주주의 기본인 다수결 윈칙에 따라 조용히 표결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한국의 민주당과 민노당은 미국 공화당이 법안을 표결에 붙여 통과되도록 놔두던 모습을 지켜 보면서 공화당이 바보처럼 보였을 것이다. 자신들 처럼 주먹과 쇠망치를 휘둘러 법안통과를 틀어막지 못한게 바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바보가 아니고 도리어 똑똑하다는데서 다수결 원칙에 따라 표결에 참가하고 패배에 깨끗이 승복하였다.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미국 국회 의원들은 의회 민주주의가 다수결 원칙에 기반한다는 것을 신성불가침시 한다. 폭력으로 소수가 다수를 제압한다면, 의회 민주주의는 죽고 폭력을 휘둔자는 엄히 처벌된다. 그들은 의회 민주주의의 원리를 이해할 만큼 똑똑해서 바보짓을 하지 않는다.

둘째, 미국 의원들은 국회와 시민단체의 역할을 구분할 줄 안다. 국회는 토론과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의결기구인데 비해, 시민단체는 특정 이익을 정부에 청원하고 시위도 한다. 그러나 한국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은 국회와 시민단체의 역할을 구분을 할 줄 모른다. 혹은 알면서도 깔아뭉갠다. 미국 공화당은 다수결 원칙과 표결 결과에 승복하지만, 한국 민주당과 민노당은 시위를 벌이거나 조폭 처럼 폭력으로 다수결 원칙을 짓밟아 버린다.

작년 11월 미국 국회 의사당 앞에서는 건개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건개법 반대 시위자들은 이 법을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시위 동참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은 단호히 거부하였다. 그들은 건개법 반대를 위해 의원이 해야 할 일은 시위가 아니라 의정단상의 토론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셋째, 미국 의원들은 의회에서 폭력을 휘둘러 ‘깡패’로 찍히면 차기 선거에서 낙선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법도 법이지만 수준 높은 유권자들이 두려워 폭력이나 폭언은 상상도 못한다. 그러나 한국의 유권자들은 폭력 폭언 의원들을 다음 선거에서 또 당선시켜준다. ‘깡패’‘조폭’의원들을 키운데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유권자들의 책임도 크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 국회 의원들은 폭력 난동과 폭언으로 일관하였다. 지난 연말에도 민주당은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을 15일이나 점거하였다. 새해 첫날 새벽부터 국회는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노동관계법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청와대 용역깡패”“사기꾼” 등 저질 폭언이 난무하였다.

다수결을 거부하는 국회는 존재적 가치가 없다. 자유민주주의의 독이다. 체제전복을 기도하지 않는 법안이라면 다수결 원칙은 존중되아야 한다.

미국 공화당의 다수결 원칙 존중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대한민국 국회에서도 여야가 육박전을 벌이지 않고 욕설을 퍼붓지 않으며 다수결 원칙에 승복하는 성숙한 모습은 언제가야 구현될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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