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06년 서울시장 시절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고통만 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비젼을 주는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주기 때문에 걱정된다”고 토로하였다.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정치인으로서 이 대통령도 세종시 백지화 문제 제기로 국민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다는데서 ‘걱정된다.’ 이 문제로 정치권은 물론이려니와 국민들이 찬·반 양 진영으로 갈린채 사활을 건 결전으로 치닫게 한다는데서 그렇다.

세종시 갈등과 대결이 장기화 되면서 국민들은 세종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의 격렬한 좌·우 대결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했더니 세종시 수정 제기로 또 다시 갈려 살벌한 싸움판으로 내몰렸다.

한나라당은 두 동강 날 판이고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등은 전면적인 대여 투쟁에 나섰다. 충청권은 최후의 결사 항전 임전태세로 맞서고 있으며 혁신도시 주민들중에서도 역차별 우려속에 반대깃발을 내걸고 있다. 시민단체들간에도 대립되어 서로 맞불질 하고 있다. 크나 큰 국가적 에네르기 소모이고 국력을 쇠잔케하는 내출혈(內出血)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세종시를 둘러싼 불필요한 내출혈 소모전은 종결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다. 이 대통령이 들고 나온 문제이므로 결자해지(結者解之) 원리대로 이 대통령이 풀어야한다. 이 대통령이 서둘러 종결하지 못하고 ‘충청권 설득’한다면서 시간만 끈다면, 국가나 이 대통령 자신이 아물기 어려운 깊은 상처만 입게된다. 정운찬 총리의 ‘충청권 설득’에 자존심이 상한 충청인들은 ‘우리가 바보인줄 아느냐’며 분노만 더 터트릴 따름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수만 있다면, 행정분할로 인한 비효율성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안은 정치인의 신뢰를 강조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및 친박계의 반대와 세 야당들의 강렬한 거부로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고 과감히 손을 털어야 한다.

세종시 원안 백지화는 지난해 8월 처음 제기될 때만해도 행정분할로 인한 행정의 효율화 문제로 부각되어 갔었다. 하지만 국민의 피로감이 쌓여가면서 세종시 백지화는 정치적 신뢰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정치에서의 신뢰는 행정의 효율성 보다 더 소중할 수 있다. 국민 피로감이 누적되어 갈 수록 이 대통령에 대한 책임추궁이 가열되어 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진작 대선 때 세종시 백지화를 대선 강령으로 내걸지 못하였느냐는 문책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을 때는 그의 거센 반발이 두려워 세종시 백지화를 꺼내지 못했다가 그가 자살한 다음에야 들고 나왔다며 비굴하다는 인격적 비판도 확산되어 가고 있다. 정부 권력에 의한 어용 단체 동원이라는 비난 또한 더욱 거세져 간다. 대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세종시 참여를 강요한다는 볼멘 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고 한다면,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을 더 이상 주저치 말고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않을 경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도 국론분열과 내출혈은 물론이려니와 2012년 대선에서도 1997년과 2002년 처럼 충청표 이탈로 패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과감한 용단만이 국민의 피로감을 씻어주고 자신이 말한대로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허물을 벗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결실없는 소모전을 막고 일자리 창출과 21세기 대한민국 도약을 위한 국력 집결에 전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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