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만남이 올해 안에 성사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1월 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과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2월 2일에도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뉴스를 접하며 반가운 기대 보다는 불안감이 먼저 치솟는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남북간에 평화와 화해·협력 대신 대북 퍼주기로 끝났고 북한 핵 무기 실험을 가져왔으며 북한의 대남 적화역량만 키워주었다는데 연유한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국가 수뇌간의 대등한 1대1 회담이 아니었다. 예속국이 종주국을 찾아가 진상(進上)하는 작태를 연상케 하였다.

회담 장소부터 신하가 상전을 찾아가는 예를 갖추는 식으로 대한민국의 두 대통령이 줄줄이 평양으로 갔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김정일에게 5억 달러를 진상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김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14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지원사업 지원을 공공연히 제공키로 약속하였다. 거기서 그치지않고 김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을 통해 김정일의 요구대로 남한 적화통일 방안인 고려영방제안을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란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자주적으로 해결’한다고 서명해줌으로써 주한민군 철수주장을 합리화 해 주었다. ‘비전향장기수’들을 북한에 돌려주기로 하였으면서도 북한에 억류중인 국군포로와 피납어부 송환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지 못하였다. 노 대통령도 김 대통령에 이어 평양으로 찾아갔다. ‘10·4 공동선언’에서 노 대통령은 당시 민족 사활의 문제가 걸린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폐기에 대해선 언급도 하지 못하였다. 그대신 북한을 위해 평화협력 특별지대(해주공단) 개발, 백두산 관광 개발,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안변과 남포 협력단지 개발 등 14조3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지원만 약속 해 주고 돌아왔다. 그는 북한측이 ‘개혁·개방’이란 말을 싫어한다면서 앞으로는 ‘개혁·개방’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화해와 평화정착 대신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 2차에 걸친 핵폭탄 실험 묵인 및 간접 지원, 2차에 걸친 해전 도발, 남한내 종북반미 세력 발호와 자유체제 전복위기 등을 자초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회담도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는지 크게 우려된다. 이 대통령도 김정일이 반대한다고 해서 북핵 폐기를 최우선 의제로 올려놓지 못하고 막연히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회담으로 양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대통령은 2월 2일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는 있을 수 없다는 대전제(大前提)…이 원칙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관심은 ‘정상회담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핵 폐기를 정상회담의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는데 있다. 이 대통령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원칙’만 말하였을 뿐, 북핵 폐기 원칙을 ‘대전제’로 한다는 말을 직접 하지 않았다는데서 우려를 금할 수 없게 한다.

만약 이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하지않고 정상회담에 임하게 된다면, 북핵을 기정 사실로 인정해주는 결과밖에 안된다. 정상회담을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 핵 제재의 끈을 더욱 바짝 조여가야 한다. 이것만이 그동안 실패한 남북정상회담을 되풀이 하지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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