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2월 5일 밝혔다. 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인 149명의 찬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두 당은 의석수를 모두 합쳐 과반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다만 친박계 의원 50여명이 해임안에 찬동한다면 채택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중에서 동조하겠다는 말도 들리지만, 모두 해임건의안을 지지하고 나서지는 못할 것 같다. 정 총리는 쫓겨나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는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해임결의안과 관련, 정치 공세라며 “네 탓”만 할게 아니라 “내 탓”이 무엇인가 곰곰이 되짚어봐야 한다. 정 총리는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그가 작년 9월 총리로 임명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로 몹시 여려웠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그가 경제전문가로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묘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는 스스로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제 활성화, 국민통합을 위해 온 힘을 다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세종시 백지화 ‘전도사’로 나섰고 ‘경제 총리’아닌 ‘세종시 총대 총리’로 ‘온 힘을’ 다 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정 총리의 세종시 백지화 밀어붙이기는 ‘나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일국의 총리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하급 관리 처럼 과잉충성한다는 비판을 면치못하고 있다. 특히 정 총리는 객관적이고도 차분한 논리와 진리 규명을 생명으로 삼는 교수 출신이라는데서 더욱 실망케 한다.

정 총리의 교수 출신 답지 않은 언행은 작년 11월 국회 발언에서 노정되기 시작하였다. 한 짓궂은 야당 의원이 정 총리에게 인간 생체실험으로 악명높던 “일본군 731 부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 총리는 “항일 독립군”이라고 동문서답 하였다. 정 총리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답변하지 않고 엉뚱하게 둘러댔다. 이것 또한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해야 하는 선비의 기본을 벗어난 자세였다.

정 총리는 지난 해 11월 국회에서 서해교전 상황보고를 하면서 “오늘(11월10일) 벌어진 서해교전은 우발적 충돌이었다.”고 하였다.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잘못받은 탓도 있겠지만, 스스로 “중도노선”이라고 표방하더니 북한의 도발에도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게 아닌가 걱정케 하였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친북좌익 정권 세력의 북한 감싸기 발언을 연상케 했다. 정 총리는 서울대 총장시절이던 2003년 대학등록금 인상이 자율화되자 서울대 등록금을 높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는 작년 12월 “대학교육협의회가 자발적으로 등록금 인상 자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대학총장 시절엔 등록금을 인상하더니 총리가 된 다음에는 거꾸로 인하하라고 호령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정 총리는 2월 4일 국회 발언에서도 교수출신 답지않은 말로 면박을 당하였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충청민심이 수정안에 긍정적이 되고 있다.”고 공언하였다. 여기에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후안무치하다. 도대체 누굴 만나는데 민심이 바뀐다고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총리는 지난 1월에는 “세종시 수정작업을 빨리 하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침소봉대하는 것도 서슴지않았다. 지난 5개월간의 정 총리 언행은 그가 과연 객관적 진리탐구를 생명으로 삼는 교수출신인가 의심케 한다. 한국적 정치판에서 길들여진 4류 정치인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해임안 건의 움직임도 나오게 된 모양이다. 정운찬 총리는 하루바삐 교수출신으로서의 본분을 챙겨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대신 존경 받는 총리로 바로 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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