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한에서 친북좌익 정권이 물러난 뒤에도 계속 상습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이 거듭 제안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한이 원하는 시기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게 해 줄 테니 예전 처럼 대규모 경제지원을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돈만 주면 올 6월 2일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있도록 시기를 맞춰줄 수 있다는 흥정이다.

그러면서도 남측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와 국군포로및 납북자 송환에는 부정적이라고 한다. 북한은 남한의 고건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내건 ‘북한 나무 심기’와 관련해서도 “나무 심게 해 줄 테니 대규모 식량을 달라”고 하였다. 뿐만아니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민간 단체들의 6월 월드컵 대회 남북 공동응원단 구성 제기에 대해서도 북 응원단 전원의 항공료 및 현지 숙식비와 식량 5만t을 내라고 하였다.

북한의 터무니 없는 대가 요구에 대해 정부측은 북한이 “지난 10년간의 햇볕 중독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하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버릇을 잘못 길들여 놓은 탓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상습적인 대가요구는 친북좌익 정권의 햇볕정책 탓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북한측이 대가를 요구케 할 만큼 북측에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면서부터 기회만 있으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정상화담 하자고 제의하곤 하였다. 여기에 김정일은 이 대통령도 김대중이나 노무현 대통령 처럼 자신과 만나지 못해 안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는 돈을 뜯어내려 한다.

실상 전두환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북한과 정상회담하자고 졸라댔다. 정상회담 중독증에 걸린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김정일은 이 대통령에게도 정상회담을 하고 싶으면 돈 먼저 싸들고 들어오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김정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상회담에 매달리는 약점을 파고들어 회담을 북측에 유리하도록 끌고 가려 한다. 또 정상회담에 나서줄테니 그 대가로 북핵문제와 국군포로및 납북자 송환 문제를 제외시켜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밀고 있다. 김정일은 의도대로 친북좌익 정권을 상대로 북핵·국군포로 및 납치자 송환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시킨 바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은 아예 처음부터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자세를 표명했어야 옳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 마다 김정일에게 정상회담 하자고 제안하곤 하였다. 김정일은 이 대통령도 역대 남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에 매몰되어있다고 판단, 여러 가지 전제조건들과 대가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이 대통령도 김정일의 버릇을 잘못 길들여 놓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건 위원장의 북한 나무심기 제안이나 정몽준 대표의 월드컵 공동응원 제기도 북한에 의해 역이용당하고 있다. 북한은 나무 심기나 공동응원 제안도 남측 관련 인사들의 개인적인 인기몰이 쇼로 간주하고는 그에 대한 대가를 뜯어내려 한다. 고 위원장이나 정 대표도 애당초 생뚱맞은 대북 제안을 내놓지 말았어야 했다. 김정일의 상습적인 대가 요구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북한을 상대로 정상회담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정부는 북핵과 관련해 대북 경제·외교 제재와 압박을 강력히 밀어붙여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김정일도 굴복, 북핵폐기·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등을 정상회담 의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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