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3월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국내외에서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내 재계에서는 ‘바람직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투명한 경영과 지배 소유구조 개선’에 역행한다는 등 부정적이었다.

국내 언론과 외국 언론의 시각도 달랐다. 국내 언론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바람직한 복귀로 평가했다. 그러나 구미(歐美) 언론들의 시각은 그렇지 않았다. 영국의 BBC 방송은 3월25일 저녁 10시(한국시간) 뉴스를 통해 이 회장 복귀를 한국적인 특이 현상이라고 평가하였다. 양도소득세 포탈과 증권거래법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삼성을 떠난 기업인이 2년 만에 버젓이 복귀하였음을 강조했다. 한국인들은 유죄판결을 받았던 이 회장의 복귀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꼬기도 하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판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도 3월25일자에서 한국적인 특수관행이라고 하였다. 이 회장의 복귀는 유죄판결을 받은 한국의 ‘전과자’기업 총수들이 여론을 무시한 채 자기 기업으로 되돌아가는 한국적 관행을 드러낸 것이라고 썼다. 그밖에도 이 신문은 이 회장의 복귀로 “삼성은 전 근대적이고 제왕적 경영 방식으로 되돌아 왔다”고 비판한 서울 시민단체 종사자의 말도 인용하였다. 경영권을 아들 재용씨에게 물려주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서도 상기시켰다. 이처럼 BBC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이 회장의 복귀를 구미 사회의 엄격한 기업 윤리 잣대로 평가했다. 실상 이 회장의 복귀는 선진 산업국의 기업인 윤리 기준으로 볼 때 떳떳하지 않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 해도 기업윤리는 이미 오래전에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 사장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혼다 사장은 오토바이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일으킨 전설적인 창업주이다. 그는 66세 되던 1973년 사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신기술 개발 경쟁에서 젊은이들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기인한 것이었다.

혼다 사장은 퇴임 때 회장이나 명예회장 타이틀을 모두 거절하였다. 그는 후임 사장 취임 축하 파티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주가를 조작하며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는 커녕 자녀들이 혼다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사망하였을 때 빈소에는 평소 자신의 당부대로 가족들만 오게 하였고 일체 조화나 조문객들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였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경영권을 1987년 승계하였다.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창업한지 49년만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4월 물러날 때까지 21년 동안 삼성을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키웠다. 수출 점유율은 국내 전체의 20%에 달하였고 국내 세금의 8-10%를 냈다. 한국을 포함 전 세계에 걸쳐 고용된 직원 수는 무려 27만 명에 이른다. 이 회장의 경영 실적은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복귀는 세계 일류기업 답지 않은 한국적 구습의 복귀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경영의 투명성과 제왕적 지배구조도 문제였다.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률 변호인이 주장했던 대로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한 관료·정계·언론계에 대한 영향력 행사도 관행적 구습이었다. “다른 기업은 국가에 통제 당하는데 삼성은 국가를 통제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회장은 복귀 소감을 통해 “지금이 진짜 위기다”라며 “앞만 보고 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이윤 추구만을 위해 ‘앞만 보고’ 나가서는 안 된다. 혼다 소이치로 같은 숭고한 경영윤리도 되돌아 보면서 국경을 초월해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재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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