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배신과 음모 그리고 악성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

배신과 음모로 들끓는 정치권의 추악한 몰골들을 접하며 해리 S 트루먼 미국 대통령(1945-53년)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정직하기로 이름난 정치인이다. 그는 한국인에게는 북한의 6·25 기습남침에서 구출해준 은인이기도 하다.

트루먼은 집안이 가난해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육군사관학교에 뜻을 두었으나 시력이 나빠 그것도 포기했다. 1차대전에 포병장교로 참전하였다가 소령으로 제대하였다. 그는 전역 후 젊은 동료들과 사업을 벌였다가 부도를 냈다. 부도를 내고 파산한 사람은 빚갚을 채무에서 벗어나 빚을 갚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십수년에 걸쳐 빚을 꼬박꼬박 모두 갚았다. 바보 라고 할 정도로 정직한 사람이다. 그는 사무실에 ‘항상 옳은 일을 하라’(Always do right)는 표어를 걸어놓았다.

트루먼은 정치인을 몹시 불신하였고 그들을 빗대 유명한 격언을 남겼다. “만약 당신이 (정치인들로 들끓는) 워싱턴에서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개(犬)를 가져라.” 개를 믿으면 믿었지 정치인은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주인에 대한 개의 믿음직스런 충성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리 기록되어 있다. 1993년 대전(大田)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동안 생명을 걸고 300km를 달려 전남 진도의 옛 주인 할머니에게 돌아간 진돗개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영화 ‘하치 이야기’로 소개된 일본 충견의 스토리 또한 심금을 울린다. 1920년대 일어난 실화이다.

아키타 족보의 ‘하치’는 주인이 아침에 출근할 때 기차역 까지 따라갔다가 퇴근 시간에는 다시 기차역으로 마중 나갔다, 그러던 중 주인이 직장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그 후 ‘하치’는 무려 10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기차역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눈물겨운 우정과 신뢰의 정표가 아닐 수 없다. 일본에는 ‘하치’의 충성심을 기리는 동상이 세 개나 세워졌다. 이 견공의 스토리들은 “워싱턴에서 친구를 가지고 싶으면 개를 가져라”는 트루먼의 격언이 지나친 말이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도 신의를 저버리고 배신에 배신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6·2 지방선거에서도 특정 정당의 후보로 나섰다가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락되면, 금방 당에서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배신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 국민들도 여러 직업군들 중 정치인을 가장 불신한다. 정치인 불신은 지난 3월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고작 3.0%에 지나지 않았고 불신한다는 답변은 무려 80.4%로 나타났다. 경찰에 대한 신뢰도만 해도 25.6%로 정치인 보다 몇 배 높다.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크다. 프랑스의 주간지 누엘옵세바퇴르(신관찰자)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1990년 11월29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여러 직업들중 ‘가장 유익하지 않은 집단’으로는 세 가지 직종이 꼽혔다. 창녀,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이 그것들이었다. 프랑스에서도 정치인은 ‘가장 유익하지 않은 집단’으로 간주된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 집단도 공공기관들 중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정치인들은 불신만 받는 게 아니라 여의도 의사당 문을 해머로 내리치는 등 골칫덩이로 전락되었다. “여의도에서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개를 가져라”고 조언한다면, 지나친 말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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