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한나라당 참패로 끝나자 당내에서 날선 책임추궁이 터져 나왔다. 어느 정당이건 선거 참패 뒤엔 책임론이 대두되기 마련이다. 시공(時空)을 떠나 책임론에는 단골메뉴로 오르는 대목들이 있다. 당 지도부 사퇴, 당·정·청 쇄신, 청와대 참모진 개편, 당의 청와대 들러리 역할 탈피, 정책기조 변화, 세대 교체 등이 그것들이다. 한나라당의 6·2 선거에 대한 책임추궁에도 이와 같은 메뉴가 빠짐없이 올랐다.

이밖에도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추궁에는 빠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나 자신의 패배 책임에 대해선 감추고 남의 탓만 들춰내는 얌채 짓이 그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구절 처럼 남의 눈의 티끌은 보아도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격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에 따르면, 6·2 선거를 참패로 망친 당의 관련자들이 자기 반성 대신 도리어 딴 사람의 탓만 하고 나선다고 한다. 당권을 노리는 추태라고도 표현했다. 참다 못한 친박(親朴) 이성헌 의원은 이명박 권력의 “몇몇 이너서클(핵심내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마치 본인들은 선거 패배에 책임이 없는 것 처럼 얘기하고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였다. “내탓”이라며 이너서클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네탓“으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며 참패의 좌절과 혼돈 속에서 득세하려 버둥대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한나라당의 초선 의원들 중 일부도 당 쇄신과 세대교체를 들고 나섰다. 그들에 대해서도 당내 일각에서는 “누가 누구를 보고 쇄신 요구를 하느냐”며 비웃었다.

상당수의 초선 의원들은 그동안 개혁과 쇄신을 소리 높여 외쳐댔다가도 계파의 눈치를 보며 꼬리를 내린 적이 많았고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 6·2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 전멸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 폐기 강행 이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 폐기를 포기치 않는 한 충청권의 지지를 얻을 수는 없었고 한나라당의 참패는 불을 보 듯 뻔했다. 나는 ‘세종시 피로감에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제하의 ‘일요서울’ 2010년 2월7일자 칼럼에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폐기 강행을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하였다. 그가 세종시 원안 폐기를 고집 한다면, 결국 한나라당은 차기 대선에서 충청권 표를 모두 잃고 패배할 수 밖에 없다고 적시 하였다. 예측한대로 한나라당은 대선에 가기도 전에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의 세종시 피로감과 이 대통령의 세종시 원안 폐기 강행으로 충청권 표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이 대통령에게 진작 세종시 원안 폐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직언 하지 못하였다.

그러고서도 그들은 6·2 선거에서 참패하자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참모진을 ‘직언형’으로 즉각 개편”하라고 큰 소리 쳤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은 바로 그 소장파 자신들에게도 있다.

6·2 참패의 최종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 그래서 소장파 의원들을 비롯한 한나라당 구성원들은 과감한 대통령의 정책방향 전환을 촉구하고 나서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있는 권력에겐 쓴 말 못하고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허약한 참모진 질타로만 그쳤다. 대통령은 민심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해도 스스로 제대로 파악할 의무가 있다. 6·2 선거 후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내탓”의 허물은 숨기고 “네탓” 타령만 하는 잔꾀 놀이로 그치며 살아있는 권력에는 바른 말 한 마디 못한다면, 차기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다.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네탓” 아닌 “내탓” 기풍을 세워 깊은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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