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가끔 시의적절치 못한 말로 국민들을 당혹케 한다. 안 해도 될 것을 굳이 말 함으로써 파생되는 문제임과 동시에 이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을 의심케 한다. 북한 축구 대표팀은 6월 16일 브라질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로 패하였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안타까운 표정으로 “북한이 (패하지 말고) 2-1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북한 편을 들었다.

이 대통령의 북한 축구 편들기는 시의적절치 못한 말이었다. 천안함 피침으로 친북좌익 세력을 제외한 모든 국민들이 북한의 만행에 치를 떨고 있는 마당에 불쑥 북한 편을 들고 나섰다는데서 그렇다. 천안함 피격으로 ‘북한’이란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마당에 우리 국민들에게 다음 경기엔 북한을 위해 응원이라도 해주라는 말 인지 헷갈리게 했다.

물론 월드컵 축구는 스포츠라는데서 일반 국민들은 “북한이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개인적 소회를 피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평범한 시민이 아니다. 그는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 북한 축구 편을 들게 된다면 은연 중 친북 무드를 확산케 된다. 그의 ‘중도 실용’이라는 통치철학이 고작 북한 축구 편을 드는 것이냐고 의심케 한다.

뿐만아니라 이 대통령의 북한 축구 편들기는 ‘민족 우선’을 내세우는 친북좌익 세력을 연상케 한다. 북한에 의해 천안함이 처참하게 격침당했는데도 친북좌익 세력의 주장 처럼 북한에 응징 대신 북한을 동정하며 잘 지내자는 의미로 곡해되기 십상이었다.

이 대통령은 4월 20일에도 시의에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북미주 지역회의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남북간에 “평화를 유지하고 오순도순, 그렇게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공언하였다. 이 말 또한 북한에 응징하지 말고 “오순도순” 지내야 한다는 기피적 언어로 간주되기에 족했다. 이 대통령은 그 시점에서는 “오순도순” 대신 북한 도발에는 가차 없는 응징이 따를 것이라고 북한에 엄히 경고하고 나섰어야 옳다.

이 대통령은 이미 2년 전 6월에도 시의적절치 못한 말로 구설수에 오른 적 있다. 미국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반미로 돌며 불법·폭력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시위자들에게 법으로 다스리겠다고 단호히 경고하지 못하고 저자세로 굽혔다.

그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머리 숙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이라는 운동권 노래 소리도 들려왔다”며 운동권 노래 마저 찬미해 주었다.

그로 인해 그는 불법·폭력시위자들에게 만만하게 얕잡혀 보였고 폭력시위를 격화시켜주고 말았다.

이 대통령의 시의적절치 못한 말은 나름대로 계산된 것일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일과 남한의 친북좌익 세력에게 호의적인 뜻을 표출함으로써 상생(相生)하자는 유화적 제스쳐일 수 있다.

그러나 유화적 언어는 북한이나 친북좌익 세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들에게 얕잡혀 보여 더욱 폭력시위와 대남 도발을 부추길 따름이다. 그밖에도 이 대통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국민의 의혹만 증폭시킨다. 그의 ‘중도실용’이란 것이 원칙과 신념도 없이 좌우에 양다리 걸치는 기회주의적인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오늘의 남북한 현실이 요구하는 지도자상은 기회주의적 ‘중도실용’이 아니다. 영국의 마거리트 대처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같은 확실한 보수적 신념이다. 소신 있고 흔들리지 않는 지도자만이 김정일의 도발을 저지하고 친북좌익 세력의 교란책동을 다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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