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북한 선수들이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잘 싸우자 난데없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스텔스 휴대폰” 얘기가 등장 했다. 북한은 세계 최강팀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의외로 1-2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함으로써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의 허정무 감독이 늘 그랬듯이 잘 싸운 공적은 당연히 선수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김정훈 북한 축구팀 감독은 선수들이 선전하게 된 것은 김정일의 “작전 지시” 덕분이었다고 했다. 스포츠 전문채널인 미국 ESPN의 6월17일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김정일로부터 “직접 팀 작전에 관한 조언을 받고 있다.”며 “김정일이 육안(肉眼)으로 볼 수 없는 스텔스(Stealth) 휴대폰으로 작전을 지시한다”고 말하였다는 것이다. 웃기는 얘기다.

김 감독의 이상한 얘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텔스 휴대폰은 김정일이 직접 개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사람 잡는 독재정치 밖에 모르는 사람이 스텔스 휴대폰을 개발하였고 그것으로 축구 작전을 지시하였다니 어처구니 없다. 피 묻은 독재자 김정일을 우상화하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다.

북한 팀은 그 다음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0-7로 참패하였고 코트디브아르 전에서도 0-3으로 무너졌다. 김정일은 북한 팀이 0-7, 0-3으로 정신없이 골을 먹고 있었을 때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기쁨조”와 주석궁에서 코냑을 마시며 즐겼는지, 아니면 김정일이 개발한 휴대폰이 불량품이어서 작전 지시를 못했는지, 김 감독에게 묻고 싶다. 7월 6일 미국의 자유북한방송(RFA) 보도에 의하면 김정일이 포르투갈 전에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공격만을 고집했다는 설도 있다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일은 축구 작전 천재가 아니라 멍청이임을 드러낸 것이다.

방송 뉴스에 비치는 김정훈 감독의 인상은 평범하고 순박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세습 독재자를 발명의 천재이고 축구 작전의 귀재라고 횡설수설 한다. 김정일 독재권력은 멀쩡한 사람을 실성한 사람처럼 횡설수설케 하는 등 인성(人性) 마저 파괴한다.

충성심 표출과 거짓말하기는 축구팀 감독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선수들도 그렇게 하도록 세뇌되고 감시된다. 2008년 8월 베이징 하계 올림픽의 여자 역도 63kg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현숙 선수도 그들 중 하나이다. 박 선수는 금메달 획득 소감을 기자들이 묻자,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이 경기를 지켜본다는 생각을 하니 힘이 솟아올라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월드컵 축구 선수들은 경기에 임하면서도 “장군님이 경기를 지켜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탓에 힘이 솟아오르지 않아 참패한 꼴이 된다. 축구 선수들은 경기에 임하면서 “장군님”을 생각지 않았다는 불경죄로 몰려 ‘요덕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았는지 걱정된다.

필경 지난 3월 천안함을 격침시키고 도망친 북한 잠수정 침투조도 소속 부대로 돌아가 “장군님이 지켜본다는 생각을 하니 힘이 솟아나” 천안함을 명중시켜 두 동강 낼 수 있었다며 열렬한 충성심을 경쟁적으로 토해냈을 것 같다.

김정일 권력이 백성들을 굶겨 죽이면서도 전복되지 않고 지탱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소름끼치는 탄압과 새빨간 거짓말을 통한 김정일 권력 우상화에 있다. 뇌졸증 환자를 스텔스 휴대폰 개발과 축구 전술의 천재로 덧칠하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덧칠한 도금(鍍金)은 얼마못가 벗겨지게 마련이다. 거짓말로 도금된 김정일의 우상화와 허상도 얼마 못 가 벗겨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는 날 김정일의 권력도 파멸될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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