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정치행태의 실망과 좌절을 표출하는 신조어가 자주 뜬다. “놈현스럽다” “국회스럽다”에 이어 “한나라당스럽다”는 말이 등장했다. 6월 9일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의 토론회를 지켜보며 실망한 한 당직자는 “역시 한나라당스럽다”고 개탄하였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떠돌던 “놈현스럽다”는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데가 있다”는 의미이다. “국회스럽다”는 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거나 날치기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는 면이 있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이 지칭한 “한나라당스럽다”가 어떤 뜻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6·2 지방자치제 선거 참패와 관련한 당내 초선 의원들의 토론에서 참가자들이 반성 보다는 책임을 서로 남에게 떠넘기며 싸우는 모습에 분통이 터져 내뱉은 말이다.

또한 7월 14일 한나라당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도 “한나라당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최고위원 후보 출마자들이 입으로는 계파갈등을 청산하고 통합과 화합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외쳐대면서도 속으로는 딴 짓 한데 대한 실망 표출이었다. 계파간의 갈등, 대의원 줄 세우기, 네거티브 인신공격, 등으로 얼룩졌다.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홍준표 의원은 당 대표로 당선되지 못한 분을 삭이지 못하였다. 그는 전당대회가 “한나라당스럽게” 이뤄져 “변화와 쇄신이 안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였다.

한나라당의 그간 행태로 보아 “한나라당스럽다”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뜻으로 정리될 수 있다. “야당과 싸울 때는 비굴하게 숨고 개인 이익 추구 때는 용감하게 앞장서며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하루하루 즐기려는 웰빙족 같은 데가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도 당의 행태와 관련, 자조적인 말이 자주 들렸다. 김문수 의원은 경기 도지사로 나서기 전인 2005년 7월 한나라당은 “하루하루 즐기며 사는 웰빙족”이라고 하였다. 전여옥 의원은 2005년 11월 “한나라당은 전시에도 후방부대 같다”고 비꼬았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장 때인 2005년 1월 “한나라당은 그동안 여당 같은 야당을 했다”고 하였으며, 1년 후엔 “한나라당은 긴장감이 떨어져 해변에 놀러온 사람들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크다. “원칙 없이 상황 변화에 따라 좌·우에 영합하려는 기회주의적 실용도구”라는 비판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신조어의 의미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고 반성하지 못한다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참패할 수 밖에 없다. 지난 6·2 선거에서와 같은 대패를 면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야당과 싸울 때는 비굴하게 숨고 개인 이익 추구 때는 용감하게 앞장서며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하루하루 즐기는 웰빙족”이란 허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이 원칙없이 상황 변화에 따라 좌·우에 영합하려는 기회주의적 실용도구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명박 권력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집권세력을 불신하며 비하하는 신조어가 떠 돈다는 것은 집권층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막장에 달하였음을 반영한다. “놈현스럽다”의 신조어속에 노 대통령의 인기도는 10%대로 곤두박질 첬고, “중도실용”과 “한나라당스럽다” 조어 속에 한나라당은 6·2 선거에서 참패 했다. 한나라당은 등뼈가 곧고 원칙과 신념을 위해 몸을 던지는 당으로 일어서야만이 국민들의 지지를 되찾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웰빙족으로 하루하루를 안이하게 지낼 경우 한나라당은 몇 년 전 “놈현스럽다”던 열린우리당 처럼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