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월 8일 총리와 7개 부처장관을 경질하였다. 눈에 띄는 것은 총리로 48세의 젊은 김태호 전 경상남도 지사를 발탁하였고 새 각료들의 연령도 평균 54세로 젊어졌다는 점이다. 2년 반 전 첫 조각 때의 평균 61세 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청와대측은 8.8 개각의 의미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젊은 인물 기용을 통한 활력 불어넣기”이고 다른 하나는 “친정(親政)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라고 하였다. 이 대통령은 개각 9일 전인 7월 30일 ‘젊은 사고’를 강조하였다. 그는 “늙은 젊은이도 있고 젊은 늙은이도 있다”면서 “필요한 것은 젊은 사고다”고 하였다.

한국 같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총리는 거의 있으나 마나한 격식상의 자리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측이 새 총리와 각료를 내정하면서 “젊은 인물”과 “활기”를 강조 하였다는 데서 몇 가지 유의해야 할 대목들이 떠올랐다.

사람이 젊다고 해서 매사에 적극적이고 창조적이며 순발력이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젊은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소극적이고 고루한 타성(惰性)에 빠지며 둔 하디 둔 할 수 있다. ‘젊은 늙은이’를 말한다.

도리어 늙은이라도 젊은이 뺨칠 정도로 매사에 적극으로 나서고 창의적이며 순발력도 뛰어나고 싱싱할 수 있다. 더욱이 노인들은 오랜 세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아 올린 경륜과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젊은이 보다 더 명석한 분석과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라틴어에 ‘노인은 지혜다’라는 말이 있다.

세계적인 대 문호 러시아의 레오 톨스토이는 71세에 불후의 명작 ‘부활’을 썼다. 국제적인 경영학 석학인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교의 피터 드러커 교수는 95세에 타계할 때 까지 저술 활동을 계속하였고 90대의 출판물들도 베스트 셀러 자리를 지켰다.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앨리스테어 쿡크는 1946년부터 2004년 그의 나이 95세가 되던 해 까지 58년간 매주 1회씩 BBC 라디오 방송 논평을 썼다. ‘미국에서의 편지’제하의 고정 방송 칼럼은 BBC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존중 되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2차세계대전중 66세 나이로 총리에 올랐다. 그는 인도, 수단, 남아공, 1차세계대전 등의 치열한 전쟁에 참전하였고 여러 각료직들을 거쳐 1940년 총리로 피선되었다. 오랜 경륜으로 다져진 그의 지혜는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그는 1945년 물러났다가 다시 1951년 77세로 총리에 복귀하여 전후 유럽의 대소(蘇) 반공체제 구축에 크게 기여하였다.

톨스토이, 드러커, 쿡크, 처칠 등은 인간이란 70~90대에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순발력과 창의력을 젊은이 못지않게 발산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늙은 젊은이’를 말한다.

여기에 48세의 젊은 총리와 평균연령 54세의 새 각료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들은 젊은이라는 데서 참신과 창의성을 지녔지만 톨스토이나 처칠 같은 심오한 사유와 경륜을 쌓지 못했다. 그들이 이 대통령이 기대하는 ‘젊은 사고’에 들떠 패기로만 돌진한다면, 매사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젊은 늙은이’로 주저앉으라는 말은 아니다. ‘젊은 사고’를 발휘해 이명박 내각에 청와대측의 기대 대로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김 총리와 새 각료들은 ‘젊은 사고’만 과신하지 말고 ‘늙은 젊은이’의 지혜 또한 존중해야 한다. 노(老)·장(壯)·청(靑)의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모습을 기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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