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언에 이런 말이 있다. “성급히 서두르면 빈 틈이 생긴다.” 성급히 서둘면 일을 그르친다는 경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을 성급히 서둔 탓으로 거듭 낭패를 당해 안타깝다. 취임 이후 2년 반 만에 무려 네 차례나 서두르다 일을 그르쳤다.

이 대통령은 올 8월15일 광복경축사를 통해 갑자기 ‘통일세’ 신설 논의를 제안하였다. 그는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며 “우리 사회 각계에서 폭넓게 논의해주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의 통곡이 아직도 귓전을 때리고 북한의 핵공격 위협으로 남북관계가 긴장된 시기에 한가롭게 통일세를 꺼냈다는데서 그렇다. 가뜩이나 살기가 힘든 판에 세금 폭탄을 들고 나섰다는데서 더욱 실망은 컸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응이 싸늘 하자 이틀 만에 한 발 후퇴하였다. 그는 17일 통일세 제안과 관련해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지, 지금 당장 국민에게 과세할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분명히 이틀 전엔 이제 통일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힘으로써 “이제(지금 당장)준비해야 할 때”임을 강조 하였다.

이 대통령의 느닷없는 통일세 제기는 애당초 신중히 검토하지 않고 성급히 서둔데 기인한다. 그가 성급히 서두르다 낭패를 본 사례는 통일세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작년 8월 난데없이 세종시 원안 폐기를 들고 나왔다가 친박계와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퇴짜당하고 말았다. 그는 세종시 원안 폐기를 공론화 하기 전 국회내의 찬·반의석수를 면밀하게 계산했어야 옳다. 하지만 그는 불쑥 문제를 던져놓고 정운찬 총리를 임명하여 그로 하여금 총대를 메게 하였다. 온 나라를 세종시 폐기 찬·반으로 대결, 들끓게 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타계하였을 때 그들의 장례식을 국민장과 국장으로 각기 승격시켜 주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측이 개인 장례로 조용히 치르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높여 주었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는 장례의전 관행상 국민장에 해당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측의 강요에 밀려 국장으로 올려 주었다. 이 대통령의 노·김 장례절차 격상도 신중하지 못하였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였다. 이 또한 그가 성급히 서둘러 결정한 탓이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체결된 한·미 쇠고기수입합의도 성급하게 서둘렀다가 곤혹을 치렀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 쇠고기의 7개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내장 전체 수입금지, 사골뼈 및 골반뼈 제거 등의 전제 조건들을 모두 포기한 채 미국과 합의하였다. 그 결과 광우병 촛불시위를 불러 일으켰고 두어달 동안 온 나라를 촛불로 타들어가게 했다. 한미 쇠고기수입 졸속합의도 이 대통령이 서둔 탓이다. 그는 4월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쇠고기수입합의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초조감속에 서둘러 미국측과 마무리짓도록 하였다. 광우병 확산 공포와 촛불시위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서둘다가 빈틈이 생긴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는 최고경영인(CEO) 시절 몸에 밴 밀어붙이기 의식이 체질화되어 있는 듯 싶다. 일단 옳다고 생각되면 좌고우면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는 성급함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CEO와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는 달라야 한다. 그는 취임한지 2년 반 만에 네 번에 걸쳐 서두르다 일을 그르쳤다. 국민들에게 크나 큰 혼돈과 좌절을 자아냈고 국가적 에너지의 낭비였다. “성급히 서둘면 빈틈이 생긴다”다는 경구를 유의, 매사에 신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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