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8월 22일 북한에 쌀 지원을 재개할 것을 행정부에 제의키로 하였다. 대북 쌀 지원 제의 이유로는 천안함 피침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 물꼬 트기, 북한 홍수피해에 대한 긴급 인도주의 발현,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의 안전 개최, 쌀 값 하락 관리와 재고 관리비용 절감 등을 들었다.

집권 여당의 쌀 지원 제의를 접하며 한나라당은 배알도 등뼈도 없는 정당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이다.

첫째, 한나라당의 북한 쌀 지원 제의는 북한이 천안함 공격에 대한 시인 사과 및 재발 방지도 약속하지 않았고 동해에서 우리 어선 까지 나포해 돌려보내지 않은 상태라는 데서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한나라당은 자존심도 배알도 없느냐는 분노를 자아냈다.

둘째, 한나라당은 북한에 쌀 지원을 제의함으로써 북한의 천안함 만행과 협박에 겁먹고 굴복하였다는 인상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북핵 폐기를 전제로 대북 쌀 지원을 중단하자, 북한은 쌀 지원을 재개하라며 협박하였고 끝내 천안함 기습 공격을 자행하였다. 한나라당의 쌀 지원 제의는 북한의 군사도발과 협박에 무릎 꿇고 북한 요구대로 끌려갔음을 반영한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군사도발과 협박에 맞설만한 등뼈도 없는 집권당이 아닌가 묻고 싶다. 집권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셋째, 한나라당의 쌀 지원 제의는 북한의 도발을 뇌물로 틀어막으려는 비굴함의 극치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공격으로 경색된 남북관계 물꼬를 트고 올 11월 G-20 정상회의를 테러 위협 없이 개최하기 위해 대북 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폭(조직폭력배)의 폭행과 협박이 무서워 뇌물을 바치는 형국이다. G20 정상회의를 위해 북한에 쌀을 제공한다면, 앞으로는 큰 행사가 있을 때 마다 북한에 뇌물을 바쳐야 한다. 88서울올림픽 때 북한에 쌀 한 톨 넘겨주지 않고서도 올림픽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치렀음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넷째, 한나라당의 쌀 지원 제의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 지불로 간주되기에 십상이다. 북한은 천안함 공격 직전 까지도 정상회담 하자며 전제 조건으로 쌀 지원을 계속 요구해 왔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쌀 지원 제의는 이 대통령과 교감 끝에 쌀 주고 정상회담을 사기 위한 바람 잡기가 아닌가 의심케 했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대북 쌀 지원에 나선다면, 뇌물 주고 정상회담을 산 김대중·노무현의 실패를 되풀이 하는데 불과하다. 북에 10년 퍼준 결과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거짓 평화와 남한 적화를 위한 핵폭탄 제조 실험 및 천안함 공격으로 되돌아왔을 따름이다.

다섯째, 한나라당의 쌀 지원 제의가 국내 쌀 값 하락 방지와 재고 관리비용 절감 수단이며 북한 홍수 피해에 대안 인도적 긴급 지원이라면, 그 쌀을 북한에 퍼주지 말고 남한내 극빈층에게 나눠줘야 한다. 북한에 보낸 쌀은 군비로 전용돼 어뢰 되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였다는 데서 그렇다.

한나라당이 쌀 지원 재개에 나선다면,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게 아니라 김정일의 도발 광기를 더 터주는 결과밖에 안 된다. 조폭의 몽둥이와 협박에 굴복함으로써 앞으로 더 더욱 김정일의 폭력과 협박을 자초하게 되고 만다.

설사 퍼준 대가로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진솔한 남북관계 개선 보다는 북한의 핵무기 제조와 대남 교란책동만 가중시킬 따름이다. 이 대통령은 대북 쌀 퍼주기를 단념하고 천안함 공격과 핵폭탄 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의 끈을 바짝 죄야 한다. 이것만이 김정일의 나쁜 버릇을 고치고 이 땅에 평화를 얻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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