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로 “공정한 사회”구현을 내세웠다.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에 의뢰해 9월7,8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0.4%가 우리 사회는 “불공정하다”고 응답하였다. “공정한 사회” 구현이 절실함을 일러준 여론조사 결과이다.

“공정한 사회”를 국정과제로 삼은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정의사회 구현”등의 표어를 띄우며 공정한 사회 실현을 위해 나섰었다. 하지만 국민의 70.4%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할 정도로 “공정한 사회”는 아직도 멀다.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먼저 역대 대통령들이 실패한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주요 원인은 국민의 의식구조 후진성에 있으며, 그것이 바로 “한국 병”이다. 불공정한 사회를 퇴치하기 위해선 의식구조상의 “한국 병”부터 치유해야 한다. “한국 병”은 대체로 여섯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불공정 행위에 앞장선다는 사실이다, KRC 여론조사에서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 불공정 분야 1위로 찍혔다. 윗물이 더럽고 국민들이 지도층을 불신하는 한, 맑은 사회 추진은 공염불로 겉 돌 수 밖에 없다. 장관의 딸이 5급 특채 과정에서 적격자들을 밀어내고 채용되는 나라는 불공정한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

둘째, 거창한 구호 속의 국정과제가 용두사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역대 정부들은 화려한 국정과제를 내 세우곤 하였다. 그러나 시간과 함께 흐지부지 꼬리를 내렸다. 용두사미 타성은 소나기 처럼 퍼붓다가 얼마못가 그치고 만다는 불신을 자아냈다. 비리 공직자들은 한때 소나기만 피해가면 살아남는다는 요령을 터득케 되고 잠시 숨어든다. 해가 지면 바퀴벌레가 기어나오듯이 그들은 다시 고개 들게 돼 악순환이 오늘 날 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셋째, 우리 국민들은 준법정신이 크게 결여되어 있다. “공정한 사회”의 기초는 준법 정신 이다. 준법정신 확립 없는 “공정한 사회”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지나지 않는다. 만인이 법을 지킬 때만이 만인을 위한 “공정한 사회”는 완성된다.

넷째, 우리 사회는 아직 약육강식의 야만적 생존경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힘 있는 대기업은 힘없는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거나 중소기업 고유영역에 뛰어들어 싹쓸이한다. 대기업에 밀린 중소기업은 그 아래 허약한 하청업체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문다. 정부 기관과 민간 민간기업의 높은 자리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을 머슴으로 여긴다. 약육강식의 풍토 속에서는 공정한 사회는 피어날 수 없다.

다섯째, 정치의 후진성이다. 국회 의원들은 회기 중 해머와 빠루를 동원한 기물 파괴, 난투극, 물리적 의사진행 방해, 자기 지역구를 위한 불공정한 예산 편성, 등을 반복한다. 4류 정치의 현주소이다. 이 4류 정치의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정한 사회” 수준도 4류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정치계부터 솔선수범하여 “공정한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여섯째, 우리 국민들은 지연*학연*인맥에 얽매여 공정성을 상실한다. 호남과 영남이 지역 감정으로 나뉘고 대학 간판 따라 줄서기를 하며 인맥으로 뭉치는 사회에서는 불공정한 사회로 빗나갈 수 밖에 없다. 공정한 승진, 공정한 상벌, 공정한 보상은 결코 기대할 수 없고, 악화가 양화를 밀어내는 “불공정한 사회”가 굳어지게 된다. 저와 같은 여섯 가지 “한국 병”을 먼저 치유하지 못하는 한 “공정한 사회” 국정과제는 또 다른 정치구호로 그칠 수 밖에 없다. 떠들석한 정치 구호 보다는 조용히 “한국 병“ 치유에 나서는 것이 정치적 순리이다. 대통령만이 아니고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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