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고위 공직자 임명 인사청문회에서 이상한 여론 흐름이 관통한다. 국회나 일반 여론이 인사청문회 때마다 재산이 많거나 짧은 기간내에 크게 증식한 후보자를 일단 죄악시하고 들어간다. 물론 인격과 능력을 검증하는 마당이므로 여러모로 훑어보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검증도 해 보기 전 부터 재산이 많다고 해서 부정적 선입견으로 대한다는 것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윤리를 죄악시하는 작태이다.

지난 1월 12일 감사원장 후보자를 사퇴한 정동기 씨의 경우도 그랬다. 그를 사퇴케 한 주요 이유는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냄으로서 감사원의 독립과 중립성을 훼손한다는데 있었다. 이 중립성 훼손 지적은 옳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대검 차장 퇴임 후 법적 하자없이 곧 바로 대형 로펌 대표로 들어가 7개월만에 7억 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는 것은 옳지 않다.

야당과 일부 집권 여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7억소득을 “전관예우”에 의한 “부적격한”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변호사로서 법적 문제없이 번 돈은 많더라도 죄가 될 수 없다.

그런가하면 작년 8월 쪽방촌 투기 논란 대상이 되었던 이재훈 지식 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사퇴하였다. 이 후보자의 사퇴 이유는 쪽방 매입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인 ‘친서민정책’을 펴야 할 지경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데 있었다. 이 또한 법적하자 없이 투자한 돈이 ‘친서민정책’ 포퓰리즘에 휘말려 죄가 되고 말았다.

2008년 2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과다 보유및 투기 의혹에 대한 여론의 뭇매를 이기지 못하고 사퇴하였다. 이 후보자의 재산은 45억8000만 원으로 본인과 장남 명의의 주택 및 토지 등이 40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 재산은 세상을 떠난 남편 등으로부터 유산·상속으로 물려받았다고 한다. 재산 많다는 것이 죄가 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1기 장관후보자 재산 평균은 38억 원이었다. 그 때 여론은 “부자 내각”이라고 빈정댔다. 돈 많은 사람들에 대한 거부반응 이었고 무산계급의식의 발현이었다.

물론 각료 후보자가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뇌물 수수, 악의적 투기, 탈법 탈세, 등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단지 재산이 많다고 해서 조사도 해 보기 전 부터 부정시 한다는 것은 생산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는 자본주의 윤리에 어긋난다. 남의 성공을 배아파 하는 속 좁은 생각이기도 하다.

2004년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한국인들에게는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의식이 잠재되어 있다고 했다. 시기심과 질투심이 유별나게 심한 국민성이고 공명정대한 경쟁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2008년 일본의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과 영국의 BBC 방송은 34개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조사는 각 국민들이 경제적 격차에 대해 얼마나 불만을 느끼는가를 측정하였다. 한국민들이 86%로 34개국들 중 가장 많이 경제적 격차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진 자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는 한국인의 정서를 반영한 자료이다.

고위직 퇴직자가 7개월만에 7억 원을 벌었다면, 나 같은 월급쟁이가 평생 만져볼 수 없었던 목돈으로 배가 아플수도 있다. 그러나 불법 아닌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얻은 돈이라면 존중해야 한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시기심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다. 성공한 사람에게 질시 대신 박수를 보낼 수 있어야 만이 서로 신뢰하며 화목하게 살아 갈 수 있다. 우리 국민 모두 부자 되고 상생하며 잘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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