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1월 19일 정상회담에 즈음해 일부 언론들이 호들갑스럽게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과대 포장했다. 서울의 D 일보는 1월 21일자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가리켜 ‘미·중 패권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분수령’ ‘세계의 틀이 미국의 단극체제에서 미·중 양극체제 쪽으로 바뀌고 있음’이라고 썼다. 그런가 하면 1월 19일 서울의 한 공영방송은 저녁 9시 뉴스를 통해 “21세기 세계질서를 결정할 정상회담”이라고 침소봉대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 뉴욕 타임즈의 국제판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월 21일자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양국의 “인권 문제 외의 몇 군데에서 보다 따뜻한 온기의 흔적”이 보였을 뿐이라고 썼다. “미·중 패권시대”니 “21 세기 세계질서 결정”이니 하는 따위의 거창한 문구는 결코 보이지 않았다.

사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21세기 세계질서를 결정”할 정도라고 하기엔 이르다. 물론 중국이 2008년 9월 미국의 금융붕괴 이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건 사실이다. 중국의 외화보유고는 2조 달러나 된다.

작년엔 국민총생산(GDP)에서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로 부상했으며 수출에 있어서도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군비 지출에서는 2009년 894억 달러로 일본과 러시아를 넘어 세계 2위로 뛰었다.

그러나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작년 10월 중국을 “불량 경제대국”이라고 했다. 같은 해 11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데이비드 샴보 박사도 중국이 주요 2개국(G2) 위상을 갖게 되었지만 그에 따르는 국제적 책임은 회피한다고 지적하였다.

중국은 국제적인 테러 전쟁에 협력하지 않으며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면서도 기후온난화 대책에는 소극적이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도 국제적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테러 정권 편을 들었다. 외국과의 영유권 분쟁에서는 성마르게 주먹을 휘두른다. 중국은 경제적 덩치만 컷을 뿐 속으론 마오쩌퉁(毛澤東)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중국을 ‘미·중 양극체제’ 또는 ‘미·중 패권시대’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을 마치 냉전시절 소련 처럼 미국과 필적하는 초강국으로 띄우지만, 그렇지 못하다. 당시 소련은 동구 공산권을 위성국가로 지배하고 있었으며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 등 동남아 공산국들을 비롯 아프리카·남미 사회주의 국가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러한 영향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군사력에서도 구 소련과 비교할 수 없다.

군사비지출에 있어서 중국은 세계 2위라고는 하지만, 내용을 보면 다르다. 미국은 전세계 군사비의 46.5%를 점유하고 있는데 반해 중국은 6.6%에 불과하다. 작년 GDP에 있어서도 중국은 4조9000억 달러 였지만 미국의 경우 200조 달러나 되었다. 중국이 자랑하는 젠-20 스텔스 폭격기도 1월 11일 첫 비행 시험에 성공 하였지만, 러시아의 T-50이나 미국의 F-22및 F-35에 기술적으로 훨신 못미치며 대량 생산 까지는 10년이 소요된다.

중국은 경제 규모에서 G2로 성장하였지만 일부에서 경망스럽게 치켜세우는 것 처럼 “세계질서를 결정”할 만큼 크지도 성숙하지도 못하였다. 한국인들에게 중국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불량 경제대국”이다. 중국과 물건을 팔고사며 먹고 사는 우리로서 중국을 얕잡아 봐서는 안되지만, 과대 포장해서도 안된다. 차분한 인식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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