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에 석패율(惜敗率)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석패율 제도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된 경쟁자들 중 가장 많이 표를 얻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이다. 말 그 대로 적은 표 차이로 애석하게 떨어진 후보를 구제하는 패자부활 제도인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에 따르면, 각 정당 후보자는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 두 자격으로 출마한다. 출마자는 지역구 득표에서 낙선되었다 할지라도 낙선된 후보자들 중 가장 표를 많이 획득했으면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다. 호남에서 차점으로 낙선 된 한나라당 후보가 살아남을 수 있고 영남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부활할 수 있다. 다만 석패율제는 각 정당이 시·도별로 전체 의석의 3분의 1 미만을 얻은 지역에만 적용 된다. 영·호남을 말한다.

석패율제 찬성론에 의하면, 이 제도는 영·호남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데 기여한다고 한다. 석패율이 도입되면, 민주당은 영남에서 6석,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5석 정도 추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석패율제는 영·호남 지역구에서 낙선이 확실한 정당 후보가 비례대표로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역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그러나 석패율제는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깨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적지 않은 부작용들을 몰고 온다는 데서 반대한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지역주의는 선거제도 잘못으로 파생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정치문화 탓이라는 데서 석패율 제도로는 해소될 수 없다. 이 제도로 영·호남에서 10여 명이 당선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으로 뼈속 깊이 스며든 정치문화를 씻어낼 수 없다. 의원수만 늘려 국민의 세 부담만 가중시킬 따름이다. 두 지역의 빗나간 정치문화의식의 전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로서는 석패율 보다는 중대선거구제(中大選擧區制)가 더 효과적이라는 데서 반대한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4~6명의 의원을 득표 순위에 따라 선출 한다는 데서 호남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 될 수 있다. 다만 선거구가 넓어 선거자금이 더 들고 후보의 자질파악이 어렵다는 흠도 있지만, 한 정당의 싹쓸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선거구제는 정치 기득권층에 의해 거부돼 왔다. 중대선거구제로 바뀌게 되면 현역 의원들이 불리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라면 석패율 보다는 중대선거구제를 먼저 생각 했어야 옳다.

셋째, 석패율제는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인 민의(民意)반영이 왜곡된다는 데서 바람직하지 않다.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거부한 사람을 다시 되살려낸다는 것은 민의 번복이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로부터 퇴짜 받은 사람이 과연 그 지역에서 얼마나 당당하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으며 뿌리내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넷째, 석패율제는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만 유리하고 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군소정당들에게는 불리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영·호남 지역에서 군소정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득표율이 높다. 그래서 그들만이 석패율을 통해 의석을 더 늘리고 그렇지 못한 군소정당들은 배제된다. 뿐만아니라 석패율에서 제외된 지역은 의원수 증가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데서 공평치 못하다.

이처럼 석패율 제도는 지역주의를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여러 가지 부작용만 수반한다. 석패율제는 세계에서 일본만이 채택한 이상한 제도이다. 석패율 도입은 배탈 난 환자에게 소화제 대신 요오드액을 발라주는 것과 다름없다는데서 반대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