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부 학생 4명이 올 들어 자살했다. 2000년 이후 최근 까지 이 대학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16명이고 2003년과 올 해에는 각각 4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서남표 총장이 취임 한 2006년부터는 무려 9명이나 자결하였다.

카이스트의 학생 자살률이 가장 높은 이유로는 먼저 학습과 낙오에 대한 불안감이 꼽힌다. 서남표 총장이 부임하면서 도입한 과도한 학점 경쟁체제가 비극을 몰고 왔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서 총장은 ‘차등적 수업료’제를 도입했다. 차등적 수업료제는 학점 점수에 따라 등록금을 면제 받거나 내야하는 제도이다. 그밖에도 서 총장은 100% 영어 수업제를 새로 채택하였다. 학생들에게 전면 영어 수업제는 ‘차등적 수업료’와 함께 또 다른 심리적 압박이 아닐 수 없다. 서 총장은 초·중·고 과정에서 지(知)·덕(德)·체(體)의 전인교육을 받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허약해진 학생들을 계속 몰아 붙였다. 그는 학생들을 제품공장 직공처럼 효율성만 극대화 하려다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내몰았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률이 높은 또 다른 이유로는 공부 잘 하는 학생들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등생을 “수재” “천재”라고 치켜세운다. 좋은 성적을 받는 학생을 “수재“ “천재”라고 부를 경우 그들에게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우월의식과 자만심을 갖게 한다. 이 우월의식과 자만심은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졌거나 떨어질 것에 대한 불안과 수치심을 극도로 자극해 자살에 이르게 할 수 있다.

구미(歐美) 선진국들에서는 우등생을 “수재” “천재”라고 결코 부르지 않고 단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hard worker)”이라고 한다. 예능 분야에서만은 “천재”표현을 쓴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란 말은 남 보다 부지런히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낙재생이 될 수 있다는 경고적 의미도 내포한다. 동시에 우등생이 아닌 학생도 열심히 공부 하면 우등생으로 올라 설 수 있다는 의욕을 부여하는 뜻도 갖는다.

구미 국가 우등생들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초·중·고에서 처럼 지·덕·체를 고루 연마 한다. 그들은 설사 학점이 하위권으로 처져도 지·덕·체로 몸과 마음이 튼튼히 조련된 만큼 자살 할 정도로 약골이지 않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우리 학생들이 우월의식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재” “천재”라고 말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평범하게 대해야 하며 대학에서도 꾸준히 체력을 단련토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 공부 잘 했다고 해서 사회에 나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학교 시절 공부도 못하고 말썽 꾸러기가 큰 일 하는 경우가 많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골은 어린 시절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자주했던 말썽꾸러기 였다.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도 32세에 이르러 무과에 합격하였고 그것도 29명 중 12등으로 합격하는데 그쳤다. 그는 “수재”나 “천재” 소리를 듣지 않았고 보통 청년이었다.

그런가 하면 1997년 13세 나이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 합격한 말레이시아의 소녀 수피아 유소프는 수학 천재소녀로 전 세계를 떠들썩케 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 낙제생이 되었고 10년 후 거리에서 몸을 파는 신세로 전락하였다.

카이스트의 높은 자살률을 접하며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우등생에 대한 국민의 잘못된 시각을 되짚어 본다. 우등생을 “수재” “천재”라고 과찬하지 말고 단지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고 평범하게 부르며 지·덕·체 전인교육의 인격체로 다듬어 좀팽이 아닌 큰 그릇으로 키워야 한다. 그래야 만이 타골같은 시성도 이순신 같은 성웅도 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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