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이 당내 소장파와 야당의 위세에 밀려 좌로 끌려가고 있다. 참다못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한나라당에게 “너무 야당 주장을 따라 하기 보다는 한나라당 대로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고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은 “좀 어렵다고 (이념적)정체성을 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지그재그 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라고 부연 설명하였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제2중대 같다.

4·27 선거 대패 이후 황우여 의원이 소장파의 지지를 받아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선출되었다. 황 원내대표는 야당에 참패당하자 그 ‘야당 주장’ 따라가기에 급급하고 있다. 그는 당내 소장파에 업혀 그들의 좌익성향 입맛대로 끌려가고 있다.

4·27 선거 후 한나라당은 연일 민주당의 2중대 같은 경제·교육·사회 정책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 중인 소득세 감면을 철회하고 전·월세의 부분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세 감면 철회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이미 민주당이 요구해왔던 것들이다.

또 황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소장파 의도대로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겠다고 불쑥 발표하였다. 반값 등록금도 민주당이 일반 복지차원에서 벌써 주장했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지난 6월 17일 국회 운영방안에 합의하면서 북한인권법안 처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북한인권법안은 6년전에 발의되었고 작년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상정조차 하지 못한 상태이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6월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한인권법을 이번(6월)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국민적 저항과 국제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통과의 절실성을 역설하였다. 하지만 그는 그로부터 11일 만에 민주당의 반대에 밀려 이 법안을 6월 국회 처리 대상에서 빼버렸다.

한나라당을 민주당 2중대 역할로 전락시킨데는 몇 명의 소장파 의원들이 뒤에 있다. 그들은 학생·노동운동권 출신의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 민중당 멤버로 활동했던 임해규 의원, 이명박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한나라당 비주류로 내몰린 정두언 의원, 정태근 의원, “민주당 주장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남경필 의원 등이다.

남 의원은 햇볕정책이 “큰 틀에서 남북화해로 가는 방향을 잡았다”고 찬양한바 있다.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이어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마저 폭로하는 것이 “큰 틀에서 남북화해”인가 묻고 싶다. 정태근 의원은 지난 6월 21일 대기업을 “수단·방법 안 가리고 돈만 벌면 된다는 시장 마키아벨리즘”이라며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같은 말을 토해냈다.

4·27 선거 참패 이후 한나라당을 민주당의 2중대로 끌고 가는 소장파는 이념적으로 좌익이거나 이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불만을 가진 인사들이다. 조재진 한나라당 의원은 정두언과 정태근 두 의원들이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이라는 큰 기회를 얻었고 대통령 덕분에 각각 재선, 초선 의원”이 됐는데도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폄하하는 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조 의원은 그들이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는다고 불만인데 밖에서 할퀴고 모욕주는 사람을 대통령이 만나고 싶겠느냐” 꼬집었다.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일삼는 의원들은 민주당으로 옮겨가던지, 아니면 자신들의 이념적 정체성에 맞도록 당을 따로 만드는 게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행위이다. 한나라당의 지지표를 받고 당선 된 선량이 민주당 노선을 따라 복창한다는 것은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와 한나라당에 대한 배신이라는데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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