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으로 넘어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물질적인 국내총생산(GDP) 지수 보다는 정신적인 ‘총국민행복(GNH:Gross Natio nal Happiness) 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질보다는 정신적으로 행복한 삶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들이 행복지수에 관한 조사에 나섰을 정도다. 조선일보와 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올초 신년 특집 ‘2011 한국이여 행복하라’ 제하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이 행복해야 튼튼한 나라가 된다는 답을 얻었다.

국가의 최우선 목표가 GDP 아닌 GNH(총국민행복)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작은 국가인 부탄에서 이미 1970년 대 처음 제기되기 시작했다.

부탄은 인구 70만명의 가난한 미니 국가이다. 공항은 하나 밖에 없고 담배는 금지되어 있으며 TV는 10여 년 전 처음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부탄의 전 국왕 지그미 싱기에 왕축은 1970년대부터 국가의 최우선 순위로 GDP 아닌 GNH 지수를 내세웠다.

작년에도 지그미 틴레이 부탄 총리는 GNH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는 것”이라고 개탄하면서 선진 산업국가들의 GDP 증대는 결코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발전만을 위한 쏠림이 빚어낸 결과는 자명하다”면서 “선진 산업사회들은 GDP 성장이 깨져버린 약속에 불과함을 깨닫는다”고 적시했다.

부탄은 2008년 새로 만든 헌법에서 아예 GNH의 중요성을 삽입했다. 새 헌법에 따르면, 정부의 외교·농업·교통 정책 등은 경제적 혜택이 아니라 정신적 행복을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부탄 정부는 총국민행복을 위한 9가지 조건도 제시했다. 심리적 복지, 환경, 건강, 교육, 문화, 생활 수준, 시간 활용, 공동체 활성화, 선정(善政) 등을 열거했다. 부탄의 헌법은 국민의 행복 추구를 최대 목적으로 명시한 인류 최초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독립선언문에 명시된 ‘행복 추구’가 부탄 헌법에서 정부의 정책 목표로 부활한 셈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는 보수당 당수로서 취임 이전부터 ‘국민의 총복지(GWB)’를 국정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2006년 “지금은 인생에서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때다. GDP가 아니라 GWB(총복지)” 라고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작년 국민행복지수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의 보고서를 토대로 한 행복지수 계산 방법이다. 예컨대 범죄가 증가하면 교도소를 증축해야 하므로 그 증축은 GDP 증대로 계산되지만, 국민 삶의 질은 악화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단순히 GDP만을 기준으로 국민의 행복지수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부탄의 왕축 전 국왕, 영국의 카메론 총리,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등이 제시한 GNH와 GWB 개념은 물질만능주의로 타락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임이 분명하다. 국가 발전의 목표를 물질 보다는 정신적인 행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명제다.

우리나라는 GDP에서 세계 13대 경제대국에 올라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 중 ‘매우 행복하다’는 응답은 7.1%에 그쳤다고 한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가난해졌음을 시사한다.

정부 뿐만 아니라 개인 또한 물질적 탐욕과 재산 증대 보다는 정신적 행복을 인생의 중심에 두는데서 만이 최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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