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의 3대 신용평가 회사들 중 하나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최상급인 AAA에서 AA+로 강등시켰다. 이 충격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한 때 공황상태로 빠져들었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끌어내린 이유로는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미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상 부채규모가 너무 과도해 국가부도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데 있다. 미국의 부채는 2021년에 이르게 되면 22조1000억 달러로 GDP 대비 93%에 해당 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2300억 달러로서 GDP 대비 8%에 해당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 의회의 정치적 교착상태를 지적했다. 올 7월 미 의회가 부채 상한선 확대 안을 진통 끝에 통과시키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재정 건전성 확보에 필요한 긴축 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 의심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대부분의 재정 전문가들은 S&P의 강등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S&P가 예상 부채액수를 10% 더 많은 2조 달러나 늘려 잡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2조 달러를 빼면 GDP 대비 부채 규모는 93%에서 85%로 줄어든다는 데서 크게 걱정할 게 없다는 주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S&P가 내세운 미 의회의 정치지도력 결여 대목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S&P는 7월 공화·민주 양당 대결이 앞으로도 변합없이 지속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만 예단했다. 하지만 공화·민주 양당은 7월의 부채상환 증액 협상에서 서로 견해를 달리하면도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데서는 뜻을 같이했다. 앞으로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양당이 협력할 수 있음을 엿보인 것으로서 S&P의 부정적인 예측이 틀렸음을 반영한다.

3대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는 미국의 재정상태가 불안하긴 하지만 아직 끌어내릴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제프리 만스 교수는 신용평가사들이 재정악화의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력을 강화하려 악용한다고 비판했다.

S&P를 비롯한 신용평가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담보대출에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들의 최고등급 평가를 믿고 관련 유가증권들을 샀다가 수십억 달러를 날렸고 2008년 금융위기로 내몰렸다. 그래서 신용평가사들은 2008년 금융파탄의 주범들중 하나로 지탄받았다.

미국 상원은 조만간 S&P와 관련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마이클 무어 영화감독은 S&P의 최고경영자(CEO)를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1년 전 입법된 ‘도드·프랑크 월스트리트 개혁법’은 신용평가기관들의 정확하지 못한 등급 결정으로 손해를 볼 경우 피해자들이 손해보상 청구소송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P 평가절하로 경제재앙을 몰고 올 확률을 30% 정도로만 본다. 실제적으로 S&P 평가 이후 미국 국채 금리는 0.13% 하락했다. 미국에 대한 주요 투자국들의 신뢰도가 나빠지지 않았음을 반영한다. 패닉 상태로 빠졌던 세계 증시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다.

S&P의 미국 신용등급 절하는 일자리 창출과 복지를 위해 돈을 마구 찍어대는 국가들에 경종을 울렸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무책임한 반값등록급·무상급식·무상보육 주장에 대한 경고의 뜻도 함께 한다. 그러면서도 S&P의 정확하지 못하면서 무책임하게 튀는 신용등급 결정은 세계인들이 마시는 상수원에 독극물을 떨어뜨린 것과 다르지 않다. 그에 대한 책임추궁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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