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 7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악몽’”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둘 중 어느 편도 들 수 없고 미국에게 한국은 혈맹이 아니라 중립국이란 뜻으로 들렸다. 그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전략적 동반자인 중국과의 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이긴 했다.

김 장관의 ‘악몽’ 발언은 한국 외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원칙 없이 중국 눈치 보기로 흔들리고 있음을 반영한다. 물론 중국이 경제협력과 남북한 통일을 위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요구된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김 장관의 ‘악몽’ 발언은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운 압박외교에 굴복당했음을 반영한다. 중국은 항공모함을 취역시켰는가 하면, 스텔스 전폭기 ‘젠-20’을 시험 비행하는 등 주변 국가들에 겁을 주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외국과의 영토분쟁이 발생하면 군사력으로 밀어 붙이려 한다. 서해에서의 한·미 해상훈련도 반대하며 서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관리하려 든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목표는 분명하다. 경제력과 함께 군사력를 휘둘러 아시아 태평양권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패권을 차지하려는데 있다.

중국의 군사력에 겁을 먹고 이미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을 멀리하며 중국에 비위를 맞춘다. 하지만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면 한국은 적화 위기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이 세력을 확장하면 할수록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다져가야만 중국과 북한에 짓밟히지 않고 맞설 수 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세계 2대국으로서 3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외환 보유 국가 다. 중국은 한국의 세계 최대 교역 대상 국가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는데서 정치·군사적으로는 한국의 잠재적 적이다.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며 한국의 북한 흡수통일을 거부하고 공산화를 바란다.

그에 반해 미국은 북한의 6·25 기습남침 때 군대를 보내 북한군과 중공군을 격퇴시켰고 지금도 한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든든한 한국의 혈맹이다. 북한이 또 다시 남침을 자행할 경우 한국 방어를 위해 피를 흘릴 나라는 중국이 아니고 미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악몽’이라며 미국 선택을 거부했고 중도적 입장을 취했다.

거기에는 필시 까닭이 있다. 김 장관이 정치·군사와 경제관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표류한다는데 기인한다. 정(政)·경(經) 분리 원칙 그것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론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이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잠재적 적대 관계’라는 데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과는 달리 확고하게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한국을 대한다. 한국을 경제적으론 전략적 동반자로 받아들이면서도 정치·군사적으로는 잠재적 적으로 적대시 한다. 그래서 중국은 남북한 간에 정치·군사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한국에 맞서며 일방적으로 북한을 싸고돈다.

한국도 정·경 분리 원칙에 따라 중국을 잠재적 적대국으로 간주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둘 중 한 곳을 선택한다는 것은 ‘악몽’이라며 중립국 입장으로 비굴하게 숨어들어서는 안 된다. 당당히 “한국의 선택은 미국”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렇게 의연하고 신의에 찬 자세만이 중국에 얕잡혀 보이지 않고 미국으로부터는 신뢰를 얻고 대접 받는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중국과 미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며 국가 안보의식을 튼튼히 다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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