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여동생 박근영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육영재단이 설립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동부지검은 10일 서울시교육청이 감사 기피를 이유로 고발한 육영재단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14일 육영재단이 소유한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 내 예식장과 과학관, 주차장 부지 등에 대한 경매가 열릴 것으로 알려져 재단측은 심각한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10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28명은 육영재단에 대한 박 대표의 입장을 촉구하고 나서 박 대표 역시 적잖은 부담을 져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단의 잇단 악재가 박 대표의 대권가도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박근혜 압박

10일 열린우리당 김형주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육영재단은 더 이상 공익법인이 아니다. 관할청은 당장 박근영 이사장을 사퇴시키고 설립을 취소시켜야 한다”는 성명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는 8년 넘게 육영재단의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박근혜 대표에 대한 책임추궁도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박대표를 겨냥해 “육영재단의 후안무치한 불법행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분명한 책임이 있다”며 “재단이 감사를 거부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육영재단을 서울시민에게 환원할 생각은 없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육영재단은 그간 정수장학회, 영남학원 등과 더불어 국고환수 요구가 강하게 제기된 바 있으며,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박 대표의 입장표명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이는 지난 9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열린우리당의 백원우 의원은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이외에도 국감에서 제기한 여러 법인체와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표 본인”이라며 “재산을 형성한 것, 언론을 활용한 것, 과거 일을 정리하지 않은 이 모든 부도덕성에 대한 답은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육영재단은 누구의 재산인가

백 의원은 육영재단이 단순히 육영수 여사의 기부출연된 1,000만원에 의해 형성된 재단이 아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체에 의해 출연된 자산으로 형성된 재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재단의 재산이 기부금찬조금 2억여원, 정부보조금 1,000만원, 지방자치단체 4,000만원 등을 합쳐 설립 열흘만에 당초 금액에서 26배나 늘어난 2억6,000여만원이 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73년 9월 대한교육보험으로부터 성북동의 토지 1,000평을 기증받은 점, 74년 10월 서울시로부터 능동부지 3만평의 사용허가를 받아 75년 서울시와 교환을 통해 매입한 점, 81년 서울시로부터 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받은 점, 83년 서울시로부터 화장실을 무상기증받은 점 등을 들어 육영재단은 박 이사장 및 측근에 의해 사유화될 것이 아닌 서울시민의 재단이 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육영재단이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재단측의 운영비리와 관련된 부분이다. 백의원은 육영재단이 157억원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진 ‘부실덩어리’에다 무늬만 공익재단을 표방한 채 ‘막가파식’ 운영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육영재단은 3만1,281평에 달하는 광진구 능동 부지와 8,309평의 건물 등 총 395억원 정도의 기본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중 현금 재산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또 백의원에 따르면 육영재단은 박근영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100여건에 이르는 고소.고발과 끊이지 않는 비리의혹을 갖고 있는 등 공익법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예식장 등 11건에 이르는 미승인 불법 수익 사업 운영, 7억 2,900만원에 이르는 유치원 회계자금을 재단 회계로 부당 대여, 사업회계간 자금 대차 충당하는 한편, 여비와 교통비의 부정적 지출, 부당한 직원 채용 및 부적정한 급여지급, 57억원의 불법회계비리 등으로 관할청의 시정조치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측은 2003년 이후 7차례에 걸친 감독관청의 감사를 거부하는 등 공익법인이라 보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취해왔으며, 각종 비리의혹 외에도 수건에 달하는 행정소송, 157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갖고 있는 등 그 파행실태는 상상 이상이라고 백 의원은 주장하고 있다.

치외법권화된 육영재단

또한 육영재단이 치외법권하에서 ‘특혜’를 누려온 것과 관련된 문제점도 이미 여러차례 제기된 바 있다. 10일 우리당 유기홍 의원 등은 육영재단이 비리의혹이 명백함에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점, 검찰에 고발이 되었어도 벌금형 정도의 처벌로 그친 점 등을 지적했다. 유 의원 등은 또 “국토순례단 행사관련 문제, 과학기술진흥기금 집행 의혹 제기, 유치원 회계자금 혼용 지출 등 의혹투성이”라며 “한나라당 박 대표를 믿고 육영재단이 치외법권 성역인 것처럼 행동한다면 국민들의 분노와 처벌이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단측이 여지껏 수차례에 걸쳐 ‘오만하게’ 감사를 거부할 수 있었던 것, 어물쩍 감사가 넘어갔던 것에는 박 대표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백 의원 역시 국감당시 명백한 재단설립 허가 취소 사유가 있음에도 육영재단이 멀쩡히 존재해왔음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7차례나 감사를 거부한 것은 엄연히 감독기관과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는 백 의원은 그간 드러난 육영재단의 파행운영만으로도 ‘공익법인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16조에 규정된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육영재단은 ‘감독관청의 시정 명령을 1년이 지나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단 설립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된다’는 법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려 4년이 넘도록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그 후에도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 ‘성역’이었다는 것이다.이번 사건은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육영재단측에 최대의 위기임이 분명하다.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재단은 공익법인이 취소될 일대의 위기에 놓여있는 셈이다.검찰은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벌인 후 육영재단이 감사에 충실히 응했는지의 여부 및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여기에 박근영 이사장과 김종우 법인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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