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국회의원 재선거, 4대0 완패의 후폭풍은 여전히 열린우리당을 흔들고 있다. 이른 바 ‘제3 후보론’이다. 애초 제3 후보론은 정동영 김근태 두 대권 주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을 내년 2월 치러질 전당대회 당의장 후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세균 신임 당의장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추락하는 여권의 대국민 지지에 실질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제3 후보론은 2007 대선까지 반경이 넓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입각 주자들이 전당대회에 투입된다 해도 ‘흥행’을 보증할 수 있는가,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고건-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야권 3강구도의 벽을 허물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론이다. 위기의 여권, 하나의 돌파구로 등장한 제3 후보론을 추적해봤다. 문희상 전의장 등 과거 지도부의 퇴진 주장은 ‘정동영-김근태’ 차기 대권 주자군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전개됐다. 결론은 지도부의 총사퇴와 정세균 신임 당의장 체제로의 개편. 그러나 논란은 끝난 게 아니었다.

김근태·정동영은 아니다

지도부 사퇴와 동시에 연말연초 당 복귀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이들 입각 주자들과 내년 2월 열리는 전당대회를 어떻게 조합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등장했다. 그리고 당내 일각에서 ‘묘수’가 나왔다. 김근태 정동영 두 대권 주자가 아닌 제3의 인물을 당의장에 선출하자는, 이른바 ‘제3 후보론’이다. 차기 대권과 관련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계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계의 정면충돌을 막고, 이들의 대권경쟁과 맞물려 발생하게 될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늦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3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양계파와 거리를 두고 있는 유인태·김혁규 의원. 모든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중진급 인사를 당의장 후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당의 내홍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3 후보론은 엉뚱한 곳으로 번지고 있다. 2007 대선과 관련, 제3의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동영-김근태’라는 양강구도로 여권의 대권군이 압축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여권에서 번지고 있는 제3 후보론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원지가 어디이든, 대선 주자 제3 후보론 등장 이유에는 ‘정동영-김근태-친노직계’ 등 계파간 갈등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내년 2월 치러질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있어 입각 주자들이 당에 복귀한다고 해서 ‘흥행’을 보증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거론된다.

전당대회 ‘흥행’ 보증 못해

또 문제는 2007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3강을 형성하고 있는 인사들이 모두 야권 후보라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의 발표에 의하면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고수하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3위로 밀려나긴 했으나 ‘고건-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트라이앵글은 여권 주자들에 견줘 여전히 견고함을 과시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여권의 쌍두마차 정동영 장관과 김근태 장관의 지지율을 합해도 10%를 밑돌고 있는 것. 10~20%를 유지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열린우리당 지지율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의 여권에 상승 곡선을 그려줄 제3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우선 강금실 전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정세균 당의장 역시 이들에 대해 “가능성이야 모든 게 열려있겠지만 지금까지 추진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다”면서도 “만일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만 나온다면 흥행이 되겠느냐”고 여권내 차기 대권구도가 양강구도로 굳어지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따지고 보면 ‘강금실-추미애’ 카드는 여당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마나 나오는 숨겨둔 빅카드로 거론되곤 했었다. 물론 여권이 두 사람에 대해 갖는 오래된 관심 그 배경에는 다양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선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차기 대권 주자로도 끊임없이 거론됐던 것을 감안한다면 여권의 제3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침체된 여권 분위기 쇄신을 위해 두 사람의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역할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의 대중적 인기는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제3의 인물, 대통령의 복심?

특히 여권 입장에서 이들이 ‘여성’이라는 것 또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야권의 빅3구도에 포함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당 한 핵심당직자는 “박 대표가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고 있음에도 제1 야당의 대표라는 이유로 ‘여성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박 대표가 여성 지도자라는 프리미엄을 독식하고 있다는 얘기다.특히 추 전의원의 영입에 있어선 노 대통령의 구상이라 할 수 있는 ‘소연정’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지방선거 이전 정계개편의 당양한 시나리오가 양산되는 가운데, 실현 가능한 것 중의 하나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을 상대로 한 소연정, 더 나아가 ‘거국내각’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김효석 민주당 의원과 추 전의원에게 입각을 제안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제3 후보론은 노 대통령의 복심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 6월 재·보궐선거 직후 여권 핵심부에서 두 사람 영입작전에 돌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곤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의 정치적 행보는 제자리걸음이다. 한편, ‘40대 기수론’에 대한 기대도 제3 후보론과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김근태 정동영 장관이 50대라는 점에서, 40대로서 노 대통령의 복심을 전하고 있는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 김부겸 의원 등이 거론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계파들이 당권 및 대권을 향해 물밑 신경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제3 후보론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고건발(發) ‘제3 후보론’도 관심

고건 전국무총리 주변에서 ‘제3 후보론’이 등장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최고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고 전총리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국민중심당(가칭) 등을 하나로 묶는 ‘범여권 연합후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침 여당 일각에서도 2007 대선과 관련 ‘정동영-김근태’ 입각 주자들 외 제3의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터다. 때문에 고 전총리가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인지가 정치권의 관심 대상이다. 우선 범여권 연합후보의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앞서 거론된 3당의 연대 가능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단 국민중심당의 창당 선언에 이어 민주당은 연대를 공언한 바 있다. 물론 정치적 수사에 머물러 있지만 “합당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97년에 이은 2002년 대선에서 여권이 승리한 이유이자 2007 대선의 최대 변수로 거론되는 것은 ‘호남권과 충청권’의 연합이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시니어 측근인 염동연 의원은 오래 전부터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불을 지피고 있으며, 최근엔 국민중심당과의 통합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충청권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민중심당을 이끌고 있는 심대평 충남지사에게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도 전제 조건이다. 호남표의 결집을 위해 이는 필수코스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정치적 계승’ 언급과 관련 양당은 ‘적자’ 논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해서 양당의 화해 가능성은 언제라도 열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고 전총리의 정당으로의 ‘영입’ 가능성은 어떨까. 정당 ‘조직’ 뒷받침이 전무한 그가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잠룡들이 버티고 있는 기존 정당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가 쟁점이다. 이와 관련, 문희상 열린우리당 전당의장은 “경선에 참여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들어 고 전총리의 영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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