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의 논문조작 의혹 및 줄기세포 유무 진위를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MBC ‘PD수첩’의 첫 의혹보도로 불거진 이른바 ‘황우석 파동’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국민들을 경악과 혼돈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황 교수팀의 소속기관인 서울대는 줄기세포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조사에 돌입했고, 정부도 당혹감속에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정치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황 교수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줄기세포 존재를 재천명하는 동시에 ‘음모론’을 주장하며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황 교수 파동이 불거진 배경은 무엇일까. 당사자들은 진실규명과 국익 등을 외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또다른 숨은 사연이 담겨 있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황 교수 파동을 지켜보며 패닉현상에 빠진 국민들의 관심사도 서서히 사건을 촉발시킨 숨겨진 사연에 쏠리고 있다. 국민들은 의혹을 제기한 측이나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황 교수측의 논리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사건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이 동종 업계 관계자들도 이해하기 힘든 생명공학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간 이해관계 복잡

따라서 국민들은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왜 국가적 사업을 놓고 한솥밥을 먹던 동료 선후배들이 갈라서게 됐을까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를 탄생시킨 두 주역인 황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동지’에서 ‘적’으로 돌변한 속사정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아직까지 두 사람의 결별 이유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제보자들과 황 교수측이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 사건 이면에도 뭔가 공개하지 못할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을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이와관련,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A씨는 기자에게 “황 교수 파문 배경에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지분 문제 등 연구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A씨는 줄기세포 연구 가치가 최고 33조원에 달하고 정부가 향후 10년간 황 교수팀에 1,000억원 이상 연구비 지원 약속을 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실제로 지난 11월2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내부 간행물 ‘혁신정책브리프’(8월호)에 실린 ‘황우석 연구성과의 경제적 가치 및 시사점’ 이슈 보고서에서 황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거둘 수 있는 경제효과를 2015년 기준으로 연간 6조6,000억원∼33조원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제도와 인프라 등 변수에 따라 ‘낙관적’, ‘중립적’, ‘보수적’으로 분류하고, 낙관적일 경우 우리나라는 연간 324조원 규모로 확대될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해 세계시장에서 33조원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립적 측면에서는 연간 194조원대의 시장에서 19조8,000억원, 보수적일 경우에는 연간 65조원대 시장에서 6조6,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우리나라가 현재 보유한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성과의 기술가치가 전세계의 1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해 낸 수치다.

연구비 지출 용도도 밝혀야

정부 차원에서도 황 교수팀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황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2002년부터 현재까지 402억원을 지원했고, 향후 10년간 1,24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보건복지부는 ‘세계줄기세포 허브’를 특수법인화해 내년에만 150억원 가량을 지원한다는 계획아래 줄기세포 허브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110억원 이상의 연간 운영비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힌바 있다.이처럼 정부는 황 교수팀 연구를 위해 개인 기준으로 사상 최대규모의 연구비 지원계획을 실행하고 있고, 이외에도 과학자 최고영예인 ‘최고과학자 1호’ 선정과 개인경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위촉 등 각종 예우와 지원 등도 아끼지 않고 있다.따라서 A씨는 줄기세포 연구의 천문학적 경제가치와 전폭적인 정부 지원금 등을 놓고 연구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이번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는 박사급 등 1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했지만 모든 공적이 황 교수 개인에게만 집중되고 있는데 대한 내부 반발 세력도 적지 않았을 것이란 게 A씨의 설명이다.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인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 결별을 선언한 이면에는 지분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초 모 일간지가 섀튼 교수가 황 교수측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특허권 지분 50%를 요구했었다고 보도했던 것. 이 보도에 따르면 섀튼 교수는 황 교수 논문의 공동저자로 특허권을 가질 권리가 있는 만큼 특허권은 미국에 만들어질 줄기세포재단이나 자신이 지명하는 곳에 귀속시켜줄 것을 요구했고, 대신 황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적극 후원하겠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 교수팀은 이러한 언론 보도에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정부 관계자들도 구체적인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네티즌들도 자금문제 등이 내부 갈등을 촉발시켰을 것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디 dasan1210은 “이번 사건은 천문학적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황 교수가 벌인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분개하며 황 교수의 도덕성을 성토했다. 반면 아이디 psok9507은 “노 이사장이 거짓말하고 있다. 적지않은 연구비를 지원받았음에도 과도한 욕심을 부려 황 교수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라며 노 이사장의 과욕을 비난했다.이처럼 황 교수 파동을 둘러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의 발단이 돈이나 지분 문제 등 당사자들의 감정이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물론 세계적 이슈로 부상한 ‘황우석 파동’의 숨겨진 진실이 무엇일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 황우석 교수 파문 일지

△ 5월 19일 - 황 교수, ‘사이언스’에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논문 발표
△ 6월 1일 - PD수첩에 “논문 허위 가능성, 난자 윤리에도 문제” 제보 들어옴
△10월20일 - PD수첩, 피츠버그대에 있는 김선종 연구원에게서 ‘중대 증언’ 확보
△10월 31일 - PD수첩, 황 교수와 2005년 논문 의혹을 공동 검증키로 합의
△11월 12일 -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 황 교수와 돌연 결별 선언
△11월 17일 - 황 교수, PD수첩의 검증결과와 검증기관을 믿을 수 없다고 함
△11월 21일 -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황교수에 보상금이 지급된 난자 제공시인
△11월 22일 - PD수첩, ‘황우석 신화와 난자 매매 의혹’ 방영
△11월 24일 - 황우석 교수팀, 난자 사용 시인 대국민 사과 및 공직 사퇴 발표
△11월 28일 - PD수첩, 광고 전면 중단, 황교수팀, PD수첩에 “2차 검증을 않겠다” 통보
△12월 1일 - PD수첩, 황교수 관련 취재일지 공개. 뉴스데스크 통해 5개의 줄기세포 중 2개가 환자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검사결과를 공개하 며 줄기세포 재검증 공식 요구
△12월 2일 - PD수첩, 기자회견 열어 취재과정 설명
△12월 4~7일 - 안규리 교수와 미국에 동행했던 YTN이 김선종 연구원과의 인터뷰 통해 PD수첩 취재진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 제기. MBC, 대국민 사과문과 PD수첩 방영 유보 발표
△ 12월 7일 - 황교수 서울대병원 입원
△ 12월 12일 - 공동논문 저자 섀튼교수, 논문에서 이름 빼줄 것 요구
△ 12월 13일 - 서울대, 조사위원회 구성 발표
△ 12월 15일 -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줄기세포 지금은 없다” 폭로 발언. 사이언스에 논문 철회 통보했다고 밝힘. PD수첩, ‘황우석 신화’ 2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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