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44·경남 진주을) 한나라당 의원은 87년 사법고시(29회)에 합격, 청주·거창·부산·서울지검 검사를 거쳐 지난 17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국회 입성 후 1년 7개월간의 의정활동에 대해 김 의원은 “이제야 걸음마를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정리했다. 아직도 고민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사실 국회의원의 영역은 국회의원, 시장, 군수 등의 업무가 혼재돼 있다. 지역구 의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지역에 이익이 가더라도 국민 전체에 손해를 입힌다면 그 길을 가지 말아야 한다. 항상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고, 앞으로도 큰 틀에서 접근할 것이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2일 의원회관 202호에서 만난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지쳐 보였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장외집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감기·몸살을 얻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한나라당이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을 전했다. “한나라당 구성원에 대해 성장과정과 생활환경이 고생스럽지 않았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태생 자체가 귀족적이거나 유복했던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자기 힘으로 커서 일가를 이루고 정치권에 들어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정책입안의 근본적 원칙은 의견을 좁히는 데 있다. 그러나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개정안이 통과됐고, 달리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장외로 나간 것이다.” 김 의원은 얼마 전에도 마음 고생을 겪었다.

지난 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제안한 검찰과 경찰의 대등한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국민이 순경 등 하위직 경찰들이 수사하는 것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후 그의 홈페이지와 한나라당에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김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분명한 것은 전직 검사이기 때문에 검사를 두둔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는 “검사 기질이 몸에 배어 있을지는 몰라도 의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경찰이 확실한 신뢰를 받으려면, 경정 경감 경위 경사에 해당하는 중견 수사인력을 더 확충해 일선에서 직접 수사를 하게하고,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과 아울러 내부적인 간섭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선행 조건을 주문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겪으며 수사권 조정과 관련, 오히려 입장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경찰 나름대로 할말이 있을 테지만, 불만의 표출이 조직적이고 무차별적이었다. 사실 국민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가. 경찰의 자가발전이다. 수사권을 갖기에는 미성숙한 부분을 드러낸 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경찰에게 과연 독자적인 수사권을 줄 수 있겠는가. 국민의 입장에서 안타까울 뿐이다.”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김 의원의 원칙은 “피해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로 가는데 적극적인 조직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를 경찰 및 관련자들의 인신공격 및 협박으로 진단, 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법적절차 초안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의지를 접었다. “약 2,000건이 올라왔다. 경찰 및 관련자들이 올린 건수가 99%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 형사처벌 가능한 건은 수십개에 달한다. 그러나 초안을 잡는 과정에서 자존심을 접었다. 합리적 논의로 풀어야 할 일이지, 개인적 명예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태가 과열된다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사실, 법개정과 관련, 김 의원의 소신은 찬반양론의 팽팽한 전선을 만들어 왔다.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사용시간 제한’에 관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제안한 지난 여름 네티즌의 찬반격돌이 벌어졌다. “학부모 및 의료계 또 시민단체에서도 온라인게임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정신적·육체적 피폐를 지적했으며, 강도 높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수출 비중도 높고, 시장 비중도 크다. 게다가 청소년 문화의 중심 분야이기에 근본적인 분리가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때문에 산업계의 자정노력을 요청한 상태다.”전직 검사, 그리고 얼마 전까지 17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 의원에게 ‘법’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국민의 여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다. 어려운 난제임에도 ‘호주제 폐지’의 경우 일련의 논란을 겪는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고, 이로 인해 폐지 과정에서 저항이 없었다. 반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은 온갖 곡절을 겪고도 아직도 지지부진하지 않은가.”


# ‘원내대표’ 아무나 하나~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 사퇴를 시사했던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표정이 밝지 않다.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사퇴를 시사했기에,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부담이 작용한 듯하다. 회의 때도 굳은 표정이고, 정치현안을 비꼬며 입담을 과시하던 여유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게다가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술 반입 및 여직원에 대한 폭언이 일어난 것도 강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내대표단이 단속을 못해서”라는 비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 파동의 여파가 고스란히 강 대표에게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강 대표가 처한 상황과 달리 당내 3선급 의원들 사이에선 차기 원내대표직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오는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강 대표가 차기 대권에 뜻을 두고 있어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하지 않는 쪽으로 일찌감치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중엔 높은 당지지율을 바탕으로 광역단체장이냐 차기 원내대표냐의 기로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의원도 있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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