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안 가결이후 붕괴 위기에 휩싸인 민주당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탄핵책임론’을 제기하며 위기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제기한 ‘퇴진론’에 코너까지 몰렸던 두 야당의 대표. 그들의 추락에도 격(格)이 있었던 것일까.끝내 “대표직을 내놓지 못하겠다”며 버티다 추미애 의원이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 조순형 대표는 어쩌면 끝없는 ‘추락’의 면모를 보여주고야 말 것 같다. ‘정직, 소신, 원칙의 1등 의원’이라고 자부하던 조대표는 ‘너무 버틴 탓’에 당내 고위 인사들마저 등을 돌렸고, 결국 그토록 내놓기 싫어했던 대표직만 유지할 뿐 당의 운영과 선거 지휘권은 모두 빼앗긴 ‘껍데기 대표’로 전락한 것이다.

반면 같은 위기상황에서 새대표 선출이라는 ‘명예로운 퇴진’을 선택한 최병렬 전대표의 추락은 그래도 격이 있어 보인다. 물론 ‘비례대표로라도 의원직을 유지해보려던 욕심’ 때문에 질타를 받기는 했지만, 당권파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려는 박근혜 대표의 당선은 어쩌면 최대표가 다시 재기할 또 다른 기회를 남겨준 셈. 그래서인지 지난 3월 23일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박대표를 축하해주는 최전대표의 표정은 너무나도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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