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의 거함(巨艦) 한나라호가 침몰위기를 맞고 있다. 처음엔 갓 배에 오른 몇몇 선원들의 반란(?)에 그치는가 싶었다. 이들이 “선장이 잘못해 배가 암초를 향해 가고 있다”며 조타실까지 몰려와 담판을 짓자고 했을 때도 선장의 의지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시간을 달라”며 여유를 벌었고, 그 동안 고참 선원들이 그들의 불만을 잠재워 줄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불안의식’은 선원 대부분에게 유포됐다. 결국 선장은 ‘떼밀리듯’ 새선장을 선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 선장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한 뒤 열린 회의에서 내뱉은 ‘뼈’있는 말이다. 문제는 한나라호의 위기는 부정한 돈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선장을 바꾼다고 해서 금세 배가 새로 단장될 성격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그런 면에 있어 나름대로 ‘억울함’이 있을 선장의 공언이 혹여 ‘공치사’가 될까 우려하는 선원의 불만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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