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싫어서 떠난것은 아닌만큼 언젠가는 돌아갈것야인생활 힘들지만 국민들 고충 피부로 느낄수 있어 행복김근태·추미애 의원 높게 평가하지만 정동영 의원은 ‘글쎄’“의원배지를 달지 않고 야인생활을 한 게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야인생활의 고충을 묻자 김민석 전의원이 가장 먼저 한 말이다. 밑바닥 생활을 체험하면서 국민들의 고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게 김 전의원의 설명이다. 여기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까지 읽을 시간을 갖게 됐다며 ‘행복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기간 동안 일어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 질문을 던졌을 땐 김 전의원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지난해 대선 때의 단일화 과정과 정치적 소신을 들어봤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을 탈당, 국민통합21에 입당해 비난이 있었는데 지금의 생각은 어떤가.
▲당시 충분한 사전설명 없이 국민께 충격을 드려 죄송하다. 단일화와 대선승리를 위해 욕먹을 각오로 정치생명을 걸고 (탈당)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이었다. 개인적 손해를 감수한 고통스런 결정이었다.

-민주당 탈당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해 달라.
▲8·8재보선 패배 이후 ‘이회창 대세론’이 풍미하는데, 노무현 후보측은 단일화논의를 거부했다. 2002년 10월 14일 전용학, 이완구 의원의 한나라당행으로 위기감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단일화의 물꼬를 터야 했다. 2002년 10월 15일 김근태, 김영환 의원과 만나 김근태 의원에게 결행을 건의했지만 안됐다. 혼자 이틀간 고민 끝에 같은해 10월 17일에 (탈당을)결단했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철새는 기회주의를 말한다. 1등한테 갔다면 철새다. 나는 99% 다 정해진 1등을 뒤집기 위해 2등과 3등을 합치는 어려운 싸움을 선택했다. 용기와 투지가 필요했다. 나는 일관되게 냉전수구와 맞서는 평화개혁노선을 지켰지만, 지금 청와대나 개혁신당 주축 중에 오히려 한나라당 하다가 갈아탄 사람이 많지 않은가?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을 탈당해 친노신주류에게 공적이 된 것 아닌가.
▲국민께는 죄송하지만 친노탈레반에겐 할 말이 있다. 그들은 단일화를 반대했고 대선에 지면 개혁정당을 하면 된다고 했다. 무책임한 패배주의고 분열주의다. 그들이 대선승리의 최대수혜자이지만, 이른바 1등공신들 말대로 했다면 결국 졌을 것이다. 조순형, 추미애 의원 등의 순수한 원칙론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그분들을 존중한다.

-그래도 노후보가 민주당의 국민경선후보 아니었나.
▲후보지위가 흔들린 것은 노후보 스스로 재경선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왜 정몽준 의원을 선택했었나.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와 경제문제는 안정감이 있을 걸로 봤다. 개인적으로 너무 모른 상태에서 대선승리만을 생각했다.

-막판지지철회를 어떻게 생각하나.
▲노후보의 부적절한 자존심자극에 정의원이 배신감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정의원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원인을 제공한 노후보도 큰 잘못이다. 정의원의 지지철회 직후 많은 친노 인사들이 노후보의 경솔한 발언을 책망했다. 노와 정 두 사람이 막판에 완전히 망쳐버린 대선을 국민이 살려놓은 것이다.

-김 전의원의 단일화과정에서 역할은.
▲친노측의 단일화거부, 단일화 1차협상결렬, 막판지지철회 등 대선 때 고비가 많았다. 이 고비들을 못 넘었으면 졌을 것이다. 단일화를 주장하고, 2차협상을 성공시킨 데 자긍심을 갖고 있다. 막판지지철회는 내게도 충격이었고 다음날 새벽 정의원 집에 가서도 번복시키지 못해 아쉽다.

-정몽준 의원을 대선후보로서 자질을 평가한다면.
▲국민통합21에서 활동하면서 정몽준 의원에 대해 알게 됐다. 정의원이 무소속이어선지 정치조직에 익숙지 않았다. 조직운용이나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이 다소 부족했다.

-대통령후보로서 정의원의 자질이 부족했다는 것인가.
▲개인이 아닌 조직을 끌어가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큰 국가 중대사를 앞두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단일화된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 그 취약성을 드러낸 게 아닌가.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 선정 등 단일화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깨끗이 승복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여론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나.
▲좀 더 객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당시 메이저 여론조사 기관에서 의뢰를 기피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기관들이었고, 그래서 불안정한 측면도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될 가능성도 있지 않았나.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운’에 의해서 갈렸다고 생각한다. 당시 노후보는 운이 좋았던 것이고, 정후보는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운이 좋았던 후보는 겸허했어야 하고, 운이 없었던 후보는 당당해야 했다. 조작 운운하는 것은 불필요한 제기인 것 같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 분란에 대한 생각은.
▲대선 직후 일부 친노탈레반들의 민주당 해체선언과 개혁신당론, 인위적 인적청산론 등이 민주당 분란의 배경이다. 후보시절 노후보의 재경선론이 분란의 씨앗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범평화개혁세력통합론, 제도적 인물교체론, 영남을 향한 대대적 동진정책으로 갔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것이다. 능력은 없고 생각만 과격한 사람들이 여권을 마비시켰다. 개혁은 온고지신이고 창조적 파괴이다. 창조의 능력과 준비도 없이 해체부터 주장한 것이 내부불신과 분란을 낳았다.

-하지만 구주류도 잘못이 있지 않는가.
▲ 구주류도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는 힘있는 쪽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구주류가 몇 명이나 되나? (지금은)신주류가 권력주체이다.

-민주당 신주류에서 논의중인 신당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무엇인가.
▲ 신당은 결국 노무현 신당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분열시키고 가는 신당이라면 자해행위이다. 왜 항상 통합과 덧셈정치가 아닌 분열과 뺄셈정치만 하려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미안한 얘기지만 10년 이상 보면서 늘 안정감이 없다고 느껴왔다. 링컨을 존경한다고 하는데 정말 링컨을 반만 닮았으면 한다. 링컨에겐 정적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통합력, 비판을 유머로 넘기는 여유, 인간적 안정감이 있었다.

-국정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째, 목표와 원칙이 불분명하고 초점이 없어 산만하다. 평화와 경제를 최우선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대기업노조 등 노사문제, 청년실업 등 일자리창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둘째,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편가르기식 코드정치에 대한 비판은 이미 상식이다. 여권부터 안정시키고 여야상생과 국민통합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부터 전면쇄신해야 한다.셋째, 권력분산으로 가야한다. 노대통령은 대선제1공약인 분권형대통령제는 물론 책임총리제조차 백지화시키려고 한다. 대통령이 총선 후 현행헌법하의 책임총리식 운용을 거부하였으므로, 국민의 힘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제한과 권력분산을 이루어야 한다. 4년중임의 국가원수인 직선대통령이 외교안보통일을 맡고, 행정수반인 총리가 일반내정을 맡는 권력분산으로 가야 한다. 권력분산이 최고의 정치개혁이다. 뿐만 아니라 내정과 남북관계가 서로 발목을 잡는 것을 막아 남북평화공존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 이는 집권연장을 위한 과거 개헌논의와 다르다.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은.
▲ 남북한은 화이부동(和而不同)과 구동존이(求同存異)로 평화공존해야 한다. 즉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안보를 지키고, 남북간 갈등요인을 가급적 덮으면서 교류협력확대로 갈 수밖에 없다. 실행과정에서 문제는 있었지만, 크게 보면 햇볕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 DJ는 역사적으로 크게 평가될 것이다. 박정희가 인권탄압으로 흠이 있지만 경제건설로 국민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라. 결국 박정희와 DJ가 역사적으로는 가장 큰 족적을 남길 것이다. 다만 최근의 남남갈등을 고려할 때 정체성과 안보에 대해 국민에게 더욱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스스로를 가출소년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정치재개 구상은.
▲국민은 정치인의 부모다. 지금은 정치, 지역구, 정당에서 잠시 가출한 상태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처럼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다. 그간 칭찬도 듣고 비난도 들었지만 공인의 길을 가고 싶다.

-민주당 입당 계획은.
▲현재 무소속이다. 한나라당은 구시대적 보수이다. 남북문제에 너무 고리타분하고 최근에는 야당다운 선명성도 별로다. 나는 어차피 한나라당이 아닌 합리적 평화중도개혁노선이다. 민주당이 싫어서 떠난 것이 아니다. 작년 10월 탈당성명에서도 ‘잠시 헤어져 더 크게 하나가 되기 위해 당을 떠난다’고 했고, 애초 1차는 단일화, 2차는 통합을 이루면서 당에 복귀하고자 했는데 지지철회로 일이 꼬였다. 민주당으로 당선된 노대통령보다 민주당을 떠나 있는 내가 민주당에 더 애정이 많다고 느낄 때가 많다. 총선 이전이건 이후이건 언젠가는 민주당에 돌아간다. 시기는 모르겠다. 서둘지는 않겠다.

-정동영 의원과 라이벌관계 아니었나.
▲당내문제, 단일화과정, 지지철회파동, 신당논란 등을 지켜보니 원칙보다는 시류, 조직의 대의보다는 개인의 입지를 앞세운다는 아쉬움이 있다. 추미애 의원이나 김근태 의원을 더 높게 평가한다.

-신주류 강경파인 정동영 의원에 대해 평가하자면.
▲김근태 의원이나 추미애 의원은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지만, 정의원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가 곤란한 측면이 있다. 이미 정의원과는 지난 2000년 정풍파동때 서로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우리는 권노갑 전고문의 퇴진을 말하자고 한 게 아니었다. 정말 돌출적인 것이었다. 당개혁에 대해 다같이(소장파) 논의하자고 했던 것이지, 특정 개인을 공격해 뭔가 해보자는 게 아니었다. 사실 그때가지만 해도 권 전고문에 대해 ‘나가라 마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권 전고문이 부정이나 부패에 연루됐다는 어떠한 혐의도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이어선지 정의원의 갑작스런 발언은 선동정치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본다.

-민주당 운동권 출신인 386들의 비판을 받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를 일찍 시작하면서 동세대와 유리된 점이 있음을 반성한다. 민주당 운동권 386의 비판을 겸허히 접수하지만, 그 중 일부는 정치적으로 불순하고 배은망덕한 경우도 있다. 나에 대한 비판여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386들은 민감한 정치적 문제 앞에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다. 더 솔직하고 과감해야 한다. 친노 386이 386세대의 정서를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 386에 대한 국민의 검증은 이제 시작이다.

-지금은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것 같다.
▲승승장구할 때보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떨어져 깨지고 비판받으면서 더 배운 게 많다. 힘들지만 감사하게 생각한다. 엘리트의식을 버리고 바닥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다시 원내에 진출한다면 40대에 3선인 책임 있는 정치인이 된다. 독자적인 정치인으로 겸손하지만 당당하고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평가받겠다. 길게 보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고자 한다.

-자신의 정치노선을 정확히 말해 달라.
▲이념보다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실용주의다. 88년 이후 정치적 고비마다 재야의 정치세력화, 진보정당노선이 아닌 야당통합노선, DJ의 정계복귀지지, 후보단일화 등 분명한 선택을 해왔다. 한마디로 말하면 남북평화노선과 내정의 합리적 중도개혁노선을 추구하는 햇볕대연합노선이다. 정치는 국민과의 대화를 통한 국가경영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나. 출마하면 어디서 하나.
▲출마여부는 연말연시에 결정하겠다. 한다면 정치고향인 영등포를 떠날 수 있겠나? 당장은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 더 큰 입장에서 국가적 비전마련에 보다 관심이 있다. 청년실업문제를 집중 연구 중이다. 그 외에도 종교지원을 통한 복지확대, 공교육도입, 영어와 한자교육의 획기적 강화, 대대적인 학교재개발을 통한 문화·체육·주차·녹지시설확보, 언론의 사실보도책임강화, 분권형대통령제 개헌 등 가칭 ‘경쟁력 있는 나라, 살기 좋은 나라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하늘이 주신 시간으로 생각하고 수험생 심정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고 있다.

-경남 사천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다. 아마 선산이 그곳에 있고, 친척분들이 많이 계셔서 종종 그런 말들이 나오는데, 출마하려면 영등포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적 고향인 영등포를 지키고 싶다.

-내년 총선보다는 더 큰 정치를 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이다. 아직 시간은 많다고 생각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재선의원이 됐고,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출마하게 됐다. 이런 경험을 발판삼아,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큰 정치인이 되고 싶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행보를 넓혀 가고 있다. 지금은 외롭고 힘들지만,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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