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A)는 이렇게 위가 뾰족하게 생겼어. 쉽지? 이건 B, 이건 C야, 이 둘은 생긴 것 자체가 워낙 다르잖아.” 알파벳을 열심히 가르치는 이나영. 그 앞에는 심드렁하게 서 있는 새끼 돼지 한 마리가 있다. 돼지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배우 이나영이 기네스북에나 나올 법한 일에 도전한 것이다. 현재 촬영 중인 코미디 영화 <영어완전정복>의 기발한 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이나영이 연기하는 나영주는 동사무소 말단 직원으로 엉뚱하고 별난 성격에 상상력이 풍풍한 캐릭터. 외국인 민원에 대비한다는 동사무소 방침 하에 얼떨결에 대표로 영어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영주는 바람둥이 구두 세일즈맨 문수(장혁)에게 반하게 된다.

그리고 ‘영어 잘하는 여자가 좋다’는 문수의 말 한마디에 영어완전정복을 결심한다. 문제는 학원의 한 코스가 끝나가는데도 영주가 문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사실. 결국 영주는 “시골 외할아버지 댁에 영어를 하는 돼지가 있다”는 거짓말로 문수를 비롯한 학원 친구들을 시골로 유인하는 귀여운 음모를 꾸민다. 친구들을 끌고 시골 마을에 온 영주는 “진짜 영어 하는 돼지가 있는 줄 알았다”며 실망하는 문수의 모습에 가책을 느끼고 남몰래 돼지에게 영어 훈련을 시키게 된 것. 이 장면은 지난 6월 30일, 경북 용문 마을의 실제 한옥을 빌려 촬영했다. 제작진은 이날 촬영을 위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새끼 돼지를 여러마리 준비했다.

졸지에 돼지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이나영은 새끼 돼지들과 얼굴부터 익혀야 했다. 먼저 ‘제일 예쁜(?)’돼지를 직접 골랐다. 사람만 보면 꽥꽥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새끼 돼지를 품에 안고 아기처럼 쓰다듬어주며 “착하지, 예쁘지”를 연발했다. 간신히 돼지를 길들인 후 촬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돼지가 한번에 의도된(?) 반응을 보여줄리 만무하다. 이나영은 계속 같은 대사를 반복해야 했고 돼지는 그런 이나영을 향해 ‘실례’를 하는 것도 모자라 상처까지 입혔다. 천신만고 끝에 완성된 이날의 장면은 올 가을 스크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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