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실장 그랬듯이 영향력 커지면서 비토세력 등장박지원 전청와대비서실장과 문재인 민정수석. 이 두 사람은 전·현직 정권의 핵심 실세로 통한다.박 전실장은 DJ정권 당시 ‘왕수석’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DJ의 핵심 측근.

박 전실장이 DJ정권 출범이후 청와대 공보수석-문화관광부장관-정책기획수석-비서실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는 사실에서 그에 대한 DJ의 각별한 신임을 엿볼 수 있게 한다.박 전실장은 문광부장관 시절 주무장관을 제치고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막후 역할을 담당했고, 정책기획수석 시절에도 당시 이상주 비서실장을 대신해 청와대 비서실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박 전실장의 거침없는 기세는 야당은 물론 민주당내에서도 비토세력을 양산하는 빌미가 됐다.

박 전실장이 2000년 9월 한빛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으로 장관직에서 낙마했던 사례나 2001년 11월 민주당 쇄신파동에 휩쓸려 정책기획수석에서 물러난 배경에는 그를 비토하는 정치 세력들이 있었다.또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팀이 박 전실장을 이 사건의 핵심 인사로 지목하고 있는 것도 재임 당시 그가 담당했던 막중한 역할과 무관치 않다.이처럼 박 전실장이 DJ정권의 핵심 실세였다면 문 수석은 현정부 핵심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

문 수석 자신은 ‘실세’니 ‘왕수석’이니 하는 호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청와대나 정치권내에서는 그가 현정부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문 수석이 현정부 출범이후 각종 민감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전면에 나서 막후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공감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박 전실장이 그러했듯이 문 수석도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벌써부터 비토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강금원 회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 대통령 주변 재산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도 안돼 안희정씨와 용인땅 문제 등과 관련해 두 번이나 기자회견을 한 것은 문재인 수석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DJ정권 당시 막강 파워를 과시했던 박 전실장의 사례를 문 수석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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