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몸은 괜찮냐? 걱정마라, 남자가 소신껏 한 일인데, 5년이면 어떻고 10년이면 어떠냐.’“그 말씀 한마디에 몸을 옥죄던 수갑과 포승줄이 다 녹아내리고 구척담장 감옥이 한꺼번에 허물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가슴에 납처럼 고여있던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봄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지난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유권자들에게 날아간 배기선 의원의 모닝메일 내용중 일부다. 배 의원이 77년 긴급조치 9호위반으로 잡혀가 서울구치소에 있을 때 면회온 어머니가 그에게 전한 말과 그 말을 듣고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과 영원한 자유의 원천을 터득했다는 소회가 잘 담겨져 있다.

배 의원은 이러한 모닝메일을 매일 지역 유권자들과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상임위 활동을 비롯한 주요 의정활동 내용을 전하는 동시에 때로는 몸을 낮추면서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어떤 날은 정치인의 고민과 의정활동의 어려움 등을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서정적인 어구나 시적인 표현으로 유권자들의 감정을 사로잡기도 한다. 메일을 받아본 유권자들이 답신을 보내오면 배 의원은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또다시 답 메일을 보낸다. 일반 사람들은 매일 일기 쓰는 것도 귀찮아 하는데 의정활동에 바쁜 정치인이 이같은 메일을 매일 보낸다는 것은 보통 열정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배 의원은 “‘아날로그 정치’에서 ‘디지털 정치’로 가고 있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며 “신당론도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수용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자민주주의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이메일이란 유용한 수단을 통해서 국민들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면서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것 자체가 전자민주주의, 새로운 정치로 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배 의원의 모닝메일에 대한 유권자들의 호응이 좋아지자 최근에는 상당수 정치인들이 ‘이메일 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의 ‘아침에 시한편’, 송영길 의원의 ‘의정일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여의도 정가의 신풍속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메일 정치, 디지털 정치’가 새로운 정치문화로 자리잡아갈지 자못 궁금하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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