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문제에 대해 무슨 말을 하는것은 옳지 않아정치는 물론 다른 외부활동 일체 않고 집에서 쉴것국민의 정부 처음과 끝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퇴임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던 날, 묵묵히 그 뒤를 따랐던 그 사람, 박선숙 전 청와대 대변인. 헌정사상 최초 여성대변인’으로 기록된 박전공보수석은 DJ의 복심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던 DJ정부 핵심인사다.

그렇다면 대북송금 특검수사를 지켜본 그의 심경은 어땠을까. 자신과 함께 DJ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모습을 봤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기자는 박전대변인을 직접 만나기를 몇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만나기 어렵다”는 짤막한 말로 기자의 요청을 거절했다. 또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기자도 만날 수 없다”며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양해를 구했다. 두 차례의 전화통화를 통해 박전대변인은 청와대에 있을 때(공적인 말 이외에는 말을 아꼈던)와 마찬가지로 할 말(?)이상의 말을 아꼈다. 하지만 최근 근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선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들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전대변인과의 일문일답.

-그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하다. ▲평범한 주부로서 생활하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들에게 그동안 못다해 준 엄마노릇을 하고 있다. 아들 학교보내는 게 내 일상의 전부다.

-퇴임식 이후 얼굴보기가 너무 힘들다. ▲(웃음)다른 기자들도 그런 말 하더라. 어디 나와 만났다던 기자 봤나. 아마 없을 것이다. 퇴임식 이후 어떤 기자도, 어떤 외부활동도 하지 않았으니까.

-최근 대북송금 특검 수사 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DJ정부 참모로서 착잡할 것 같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나보다는 더 괴로운 분들이 있지 않겠나.

-동교동과는 연락하고 지내나. ▲음….그런 말들은 되도록 하고 싶지 않다.

-노대통령이 오늘(6월 23일) 특검연장을 거부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것 같다.

-박준영 전공보수석도 최근 기고문을 통해 특검수사를 비판하지 않았나.▲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더 이상 묻지 말아 달라.

-앞으로 정치일선에는 다시 안 나올 생각인가. ▲당분간은 아들 공부하는 것 지켜보면서 평범한 엄마의 모습으로 지내고 싶다.

-전혀 외부활동을 하지 않을 생각인가. ▲아직까지는 그렇다. 정치는 물론 다른 활동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집에 있고 싶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필요한 말 이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박전대변인은 떠나는 날까지도 공적으로 필요한 사안 외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김 전대통령의 신임도 ‘무거운 입’때문이었다고 한다. 대북송금 특검수사에 대해서 비판 한마디 할 법도 한데 박 전수석은 자기가 뭐라 말할 문제가 아니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박전대변인은 지난 국민의 정부 5년동안 단 한번도 김전대통령의 곁을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남자들보다 더 한 의리가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김전대통령도 그를 대변인이라는 자리로 발탁할 만큼 신임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변인으로 발탁된 그는 정제된 말투와 표정으로 김전대통령의 의중을 밖으로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떠나는 날 그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복했다”는 말로 지난 5년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소회를 피력했다. 그때도 그는 “자유를 느끼고 싶다”며 민간인 생활을 희망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누구보다 자유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자유가 요즘은 무척 부담스러운 눈치다. 지난 국민의 정부의 최대 과업인 ‘햇볕정책’이 사법적 잣대에 의해 무참히 훼손되고 있는데다가, 그걸 지켜보는 김전대통령의 심경이 어떠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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