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과 애정의 표현 곳곳에‘명예회장님께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고 정몽헌 회장이 운명하기 전 김윤규 사장에게 남긴 유서의 한 대목이다. 정 회장은 김윤규 사장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던 것이다.정몽헌 회장은 자식으로서 김윤규 사장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모시는 것을 볼 때면 부끄러워했을 정도로 김 사장은 정씨 일가와 한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해왔다.정 회장이 김 사장을 얼마나 아꼈는지는 유서 내용 중 ‘윙크하는 버릇 고치라’는 대목에서 여실히 나타난다.사실 김 사장이 하는 윙크는 상대에 대한 절친함의 표현이라든가 애정 표현 같은 성격의 것이 아니다. 눈 주위의 근육 경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윙크를 하는 듯한 표정이 지어지는 것이다.

근육 경련은 지난 88년 리비아 발전소 입찰 상담을 위해 출장을 갔다가 비행기 사고를 당해서 생긴 후유증이다. 당시 김 사장이 타고 있던 여객기가 트리폴리 공항에서 추락했다. 이로 인해 70여명의 승객이 사망하는 아수라장의 와중에서 김 사장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사고 이후 눈 주변 근육이 떨리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김 사장은 치료할 마음만 먹으면 며칠만에 완치가 가능한 병을 회사를 살리는데에만 신경을 쏟아보니 병원에 갈 겨를이 없었다.김윤규 사장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정몽헌 회장은 항상 이를 딱하게 여겨왔다. 정 회장이 윙크 운운한 것도 김 사장에게 조속히 치료할 것을 권유하는 마지막 애정표현인 것이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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