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디지털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에 참석한 50여명의 의원들은 책상마다 설치된 단말기를 작동하는데 열중했다. ‘세계 최첨단’으로 알려진 이 전자의정 단말기는 개인용 컴퓨터가 아닌, 중앙서버에 응용프로그램을 두고 각각의 컴퓨터가 접근해 사용하는 ‘신 클라이언트(Thin Client)’ 시스템이라고 한다. 비용만 해도 83억원. 김원기 국회의장은 시연회에서 “국회가 종전과 같은 갈등·대립·대결·당리당략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는 비웃음을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걸핏하면 몸싸움이 벌어지는 국회 본회의장의 진풍경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 마련한 ‘디지털’ 무대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지 않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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