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헤게모니 싸움인가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 후폭풍으로 분열양상을 보이는 사이 한나라당은 대선주자 캠프내에서 헤게모니 싸움이 한창이다. 이명박(MB)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가 각각 참모들의 일과 충성도를 중시하는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정부와 여당의 낮은 지지도로 인해 한나라당 대권 후보자들이 고공행진을 벌이면서 헤게모니 다툼이 도를 넘고 있다. 이명박 진영에서는 MB맨들이 각종 모임이나 포럼을 출범시키면서 세대결을 벌이고 있다. ‘계파는 없다’는 박 전대표측에선 공조직과 비선조직간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상대방을 향한 음해성 발언까지 나타나는 등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핵심 참모들의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을 알아봤다.


북핵사태에 따른 한반도 위기상황은 이 전시장을 웃게 만들었다. 오차범위내 각축을 벌이던 박 전대표와의 10%포인트 차로 위기론이 한풀 꺾인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 전대표를 초조하게 만든 반면 이 전시장으로 하여금 ‘현행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나타났다.
이 전시장 캠프 분위기 역시 사기충천이다. 섣부른 이명박 대세론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 전시장이 차기 대권에 가까워지면서 측근들의 파워게임도 도드라지고 있다.

MB 진영, 박창달 ‘팽’설 나돌아
이 전시장과 자유롭게 독대를 하는 사람은 MB 캠프내에서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시장 취임 당시 인수위원장직을 맡았고 6·3동지회 회장이기도 한 이재오 의원, 이 전시장과 함께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두언 의원, 그리고 대구·경북 마당발로 통하는 3선의 박창달 전의원이 꼽히고 있다.
특히 박 전의원과 이재오 의원간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의원은 (가칭) ‘한국의 힘(이하 한힘)’이라는 조직을 통해 전국적으로 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발기인 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힘’은 이미 전국적으로 수만명의 회원을 두고 16개 시·도 지역, 165개 시지부를 결성해 몸집을 키웠다.
특히 박 전대표 텃밭으로 인식된 대구·경북지역 인사들과 대거 접촉한 박 전의원은 탄탄한 ‘한힘’ 조직을 바탕으로 이 전시장의 대권가도에 커다란 지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재오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박 전의원과 ‘갈등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의원이 다수의 사람들을 접촉하며 ‘MB와 친하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또한 지난 10월 대표적인 친박인사인 홍문종 전경기도당위원장과 수해피해 지역에서 골프를 치다 당권이 정지된 이영수 전 중앙위 청년분과 위원장이 ‘한국의 힘’을 함께 이끌면서 오해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오, ‘級(급)이 다르다’ 대망론
이 최고는 지난 7일 50여명의 대학교수와 2,000여명의 대학생이 참여하는 ‘미래청년포럼’(이하 미청)의 출범에 상임고문으로 참석했다. 서울시장과 대표 경선을 치르면서 인연을 맺게 된 교수단에 대학생 2,000여명을 회원으로 더한 셈이다.
‘미청’은 박 전의원의 ‘한국의 힘’과는 성격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힘’이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바닥 조직이라면 미청은 청년 결사대로 MB의 사조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 전대표가 젊은층으로부터 호감이 이 전시장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미청의 역할이 더 절실한 편이다. 당연히 이 전시장을 위한 대선 청년 전위대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최근에 이 최고는 경북도당 위원장을 지낸 권오을 농해수위 위원장에게 대구·경북의 세를 넓히는데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의원을 향한 견제구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창달과 이재오 의원간 갈등설에 대해 이 의원측은 ‘급이 되느냐’는 반응이다. 오히려 ‘이재오 대망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3선의 60대 나이에 국가경영의 꿈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북 영양출신이라는 점이 이 최고위원의 대망론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전시장이나 박 전대표 역시 영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점이 박 전의원과 갈등설이 대두되는 또 다른 배경이다.

신흥그룹, ‘전여옥-김무성’과 거리둬라
한편 박 전대표 캠프도 MB캠프와 마찬가지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소 박 전대표의 지론은 계파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 대표 사람들로 손꼽는 인사로는 유승민 전비서실장, 전여옥 전대변인, 김무성 전사무총장, 유정복 전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선조직으로 새로운 인사들이 들어오면서 기존 3인방과 갈등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홍윤식 전 이회창 특보와 중앙일보 기자출신의 이연홍씨가 영입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박 캠프에서는 두 인사가 영입된 이후 박 전대표로부터 유달리 이쁨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또한 두 인사는 마포에 사무실을 내고 동선을 함께 하며 박 전대표의 대선프로그램을 짜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연세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박 전대표와 같은 71학번인 홍씨는 박 전대표에게 ‘할말은 하는 성격’으로 허심탄회하게 독대한다는 후문이다. 박 전대표의 이런 믿음과 홍씨의 과감한 언행은 홍씨가 박 전대표에게 김무성, 전여옥 의원 등과 멀리해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는 말이 돌았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김무성과 전여옥 지분은 어차피 박 전대표로 올 것이기에 중도 세력을 껴안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근거도 나왔다.
당연히 전여옥과 김무성 두 의원은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굴어온 돌이 박힌돌을 뽑으려고 한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전여옥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홍윤식 역시 캠프내에서 욕을 많이 먹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명박, ‘일’… 박근혜, ‘충성도’ 중시
두 캠프내 파워게임 양상은 엇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 전시장측은 ‘일’에 방점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박 전대표는 충성도를 더 높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에서 오래 당직을 맡은 한 인사는 “사실 박 전대표나 이 전시장이 아랫사람들을 다독이고 배려해주는 지도자로 보긴 힘들다”며 “이 전시장은 워낙 똑똑하고 기획력도 뛰어나 웬만큼 똑똑한 참모가 아닌 이상 인정받기 힘들고 박 전대표 역시 측근들을 챙기고 손을 먼저 내미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무현 후보는 워낙 자신이 부족하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경선에 뛰어들면서 지인들의 충고를 수용했지만 두 분은 스스로 뛰어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측근이나 참모들이 가까이 모시기는 까다로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현대건설 신화, 청계천 복원공사, 버스 중앙차선 등 ‘일’로 성공한 이 전시장은 ‘일을 만들어 내는 참모’를 중용할 수밖에 없고 측근인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아버지가 죽음을 당한 박 전대표로서는 충성도가 제일 덕목으로 가슴에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박창달, 이재오 MB맨들은 포럼이건 모임이건 조직을 만들어 실제적으로 대선가도에 도움이 되는 경쟁을 벌이고 있고 박 전대표는 비선과 공조직의 충성 대결이 갈등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캠프내 주도권 다툼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양날의 칼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건전한 경쟁으로 후보자가 이끈다면 오히려 조직을 생기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자칫 ‘피아’ 구별이 없어질 정도로 도를 넘을 경우 조직의 와해뿐만 아니라 후보자까지 상처를 입는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MB, 朴(박) 오픈프라이머리 찬반 신형 ‘줄세우기’

중도표방 ‘희망모임’ ‘줄서기’ 반대 선언?

한나라당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친박과 친이간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명박 전시장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현행 경선룰에 따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전시장 측근들은 와전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터뷰 전문을 보면 당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전대표의 지지로 대표 경선에서 당선된 강재섭 당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여당의 정치적 꼼수라는 이유다. 하지만 이재오 최고위원은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고 반격을 가했다. 당 차원에서 깊이있는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친박 친이로 나뉘어 당 지도부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자 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곤혹스런 모습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이 다가올수록 유력한 주자로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찬반 입장이 새로운 줄서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줄서기를 유보하고 있는 중도성향의 의원들이 지난 8일 고육지책으로 ‘희망모임’을 출범시켰다.
희망 모임은 중도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정한 경선을 주장하며 이날 출범했다. 한나라당 중도성향의 31명과 10명의 원외인사가 참여했지만 이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당내 중립지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표시하지만 이명박이나 박근혜 어느 쪽으로 줄을 서지 않고 눈치 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박근혜 진영에서는 이 전시장이 ‘현행 경선 룰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표방한 것은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대표의 한 측근은 “오락가락하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말한 것은 커다란 실책이지만 공언한 말은 지켜야 한다”며 “그리고 자체 여론 조사에서 여전히 이 전시장과 박 전대표의 지지도는 오차범위를 보이고 있어 고정표가 확고부동한 박 전대표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MB진영에서는 결국 박 전대표도 오픈프라이머리 대세론을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박 전대표가 ‘수용불가’를 외치다 반전의 카드로 활용해 종국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예측도 나왔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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