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뉴시스>

여왕의 눈물이 대한민국을 적셨다.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올림픽 무대마저 휩쓸며 피겨 여자 싱글 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밴쿠버 올림픽은 그야말로 연아를 위한 ‘여왕 대관식’이었던 셈이다. 김연아는 지난달 2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얻어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합산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칼로 벤 듯 정확한 기술과 여신이 강림한 듯한 표정 연기는 아사다 마오(일본) 등 경쟁자의 이름이 무색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김연아가 이룬 쾌거는 단순히 스포츠 스타의 정상 등극에 그치지 않는다. 그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기업들은 물론 유통업계 전반이 ‘김연아 효과’로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악화일로였던 경제상황까지 반전시킨 김연아의 역량은 그야말로 ‘여왕’의 그것이다.

김연아가 이번 올림픽에서 세운 기록은 그가 지난 10월 세운 역대 최고점 210.03점을 무려 18.53점이나 경신한 것이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피겨 메이저 3대 이벤트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랜드 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푸른 드레스 차림으로 빙판에 나선 김연아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 선율에 맞춰 날개를 폈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점)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사실상 우승을 결정지은 김연아.

그는 두 번째 구성 요소인 트리플 플립(기본점수 5.5점)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1.80의 수행점수를 챙겼고 3번째 점프 과제인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피네이션(기본점수 6.3점)도 1.40의 가산점을 챙겨 기세를 올렸다.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에 이어 우아한 스파이럴 시퀀스를 최고 난이도인 레벨 4로 처리한 김연아는 더블악셀-트리플 토루프 연속 점프(기본점 7.5점)를 깨끗하게 성공시켰고, 이어진 트리플 살코(기본점 4.5점)와 트리플 러츠(기본점 6.0점)도 완벽한 착지로 3.40의 수행점수를 챙겨 만점 연기를 이어갔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 씩씩하게 직선스텝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더블악셀(기본점수 3.5점)에 이은 플라잉싯스핀과 체인지콤비네이션스핀으로 이날 준비된 약 4분10초 동안의 연기를 마쳤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는 금메달을 확신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고 곧 뜨거운 눈물을 터트렸다.


연아-마오, ‘23점’ 격차

반면 김연아와 우승을 놓고 대결을 벌인 라이벌 아사다 마오는 총점 205.50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연아와 무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20·일본)는 몇 차례 점프 난조를 보이면서 총점 205.50점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무려 23점이나 벌어진 것이다.

이날 마오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가 남긴 한마디는 바로 “분하다”는 것.

마오는 은메달 확정 직후 NHK 등 자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결국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을 성공한 이후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역대 최고 점수를 올린 김연아에 이어 링크에 나선 아사다는 초반에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호조를 보였지만 중반 이후 발이 엉키고 계획했던 점프를 하지 못하는 등 실수가 잦았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두 번 성공한 것 외에는 모두 부족했다”고 스스로 질책한 뒤 “첫 번째 올림픽인데 너무 분하게 끝났다”고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감정을 추스르려 잠시 말을 멈춘 아사다는 “어찌 됐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은 전부 했기 때문에”라면서도 “분하다. 트리플 악셀은 좋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국 선수의 몰락을 지켜본 일본 언론과 국민들은 김연아를 ‘외계인’이라 부르며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감히 접근할 수 없는 프리마돈나” “저게 사람이 딸 수 있는 점수인가” “이건 우주 점수다” “쟤는 숨만 쉬어도 가산점이 붙나보다” 등 열도에도 김연아 열풍이 매섭다.

일본 네티즌들의 김연아 경기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그러면서도 김연아가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연기로 세계 최고기록을 달성한 점을 인정했다. “지금 점수가 150 이랬냐?” “있을 수 없어” “적당이란 단어도 모르냐?” “적이지만 이건 정말 훌륭하다고밖엔” “4회전으론 못 이겨. 6회전은 해야”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NHK는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며 “쇼크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에서도 자신의 세계 최고기록을 15점 이상 갈아 치우는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아사히 신문은 김연아를 ‘범접할 수 없는 프리마돈나’라고 극찬했다. 신문은 “연아는 천재보다 노력형으로 주변에서 얘기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몇 번이나 운동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모친의 열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국 소식을 인용해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아사다의 금메달을 기대하며 호외까지 발행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러나 마오의 은메달 획득으로 김이 새버린 모양새다.


‘봉’ 잡은 삼성

김연아의 세계 정상 등극은 국내 경제에도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가장 신이 난 것은 그를 메인모델로 기용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하우젠’과 스마트폰 ‘옴니아’에 김연아를 일찌감치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김연아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셔 코치도 하우젠 모델로 공동 기용하고 있는 것.

금메달 획득으로 전 세계가 김연아에게 주목하고 있는 만큼 삼성은 더 큰 광고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하우젠과 옴니아는 시장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라 의미가 남다르다.

하우젠은 LG전자 휘센, 옴니아는 애플 아이폰과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격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김연아가 마케팅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까닭에 삼성전자는 ‘김연아 마케팅’을 본격 가동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1일~14일까지 옴니아 시리즈, ‘연아의 햅틱’ 구매자 중 구매고객 200명을 추첨해 김연아 팬미팅에 초대한다. 또 20명을 추첨해 제이에스티나 로즈골드 목걸이도 준다.

또 삼성하우젠 에어컨 ‘제로’도 김연아 선수 금메달 축하를 기념해 이달 15일까지 ‘제로제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김연아 스페셜 구매고객 2010명에게 행운의 제로 골드 목걸이와 바이러스 닥터 등 특별 사은품을 증정하고, 매장방문 모든 고객들에게 김연아 우승축하 엽서 등을 증정한다.

김연아가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 매출도 껑충 뛰었다. 그가 이번 대회에 착용하고 나온 귀걸이는 로만손의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제품이다. 제이에스티나는 김연아를 위해 3종류의 귀고리를 특별 제작해 현지로 공수했다.

그가 착용한 귀걸이가 이 회사 제품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관련 제품의 온·오프라인 매장 판매량은 올림픽 전과 비교해 20% 이상 증가했다. 로만손 관계자는 “김 선수가 착용한 디자인의 경우 기존에 출시됐던 제품에 비해 50% 이상 판매가 늘고 있다”면서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기념해 백화점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100% 당첨 경품 행사’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김연아’라는 이름 석자를 내내 모든 상품과 관련 아이템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역시 김연아가 착용한 ‘티아라 귀걸이’는 평소 3∼4개에 불과하던 판매량이 최근 하루 7∼8개씩으로 늘었다.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경기를 방송한 GS25는 직영점 20여 곳의 매상이 전날보다 20% 이상 급증했다.

김연아가 즐겨먹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캐나다 현지에서만 하루 판매량이 5배나 껑충 뛰었다.

유통업체들은 연아 신드롬의 여세를 계속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롯데홈쇼핑은 김연아의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26일 여성 시청자를 겨냥해 봄 신상품을 대거 편성했다. LG생활건강은 김연아를 활용한 연아립스틱, 연아새도우 등의 경품을 제공해 고객몰이에 나섰다.


연아父 “똥 꿈 적중했다”

링크 위에서 단 한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김연아가 뜨거운 눈물을 터트린 순간, 아버지 김현석(53)씨와 박미희(51)씨도 안도의 한숨과 함께 흐느꼈다. 이날 ‘피겨 퀸’의 부모는 숨을 죽이며 딸의 순서를 기다렸다.

아버지는 막내딸의 모습을 지켜보려고 일부러 한국에서 날아왔다. 아내에게 딸의 관리를 일임한 김씨는 되도록 언론 등 외부 노출을 자제하곤 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딸이 그토록 꿈꿨던 무대였던 만큼 현장에서 함께 응원에 나섰다.

김씨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메달을 가장 먼저 목에 걸어야 할 사람은 연아 엄마다. 모든 것을 희생했다. 연아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다”며 옆에 있던 아내를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연아가 밴쿠버로 떠나던 날 밤 ‘똥 꿈’을 꿨다. 똥이 방에 넘쳐서 치우지 못할 정도였다. 그동안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못했는데 길몽이었다”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dialypot.co.kr


#김연아 프로필

▶출생 - 1990년 9월 5일 (경기도 부천)
▶신체사항 - 164cm / 47kg
▶혈액형 - O형
▶소속 - IB스포츠
▶취미 - 인터넷 검색, 음악 감상, 쇼핑
▶종교 - 천주교
▶신흥초-수리고-고려대 체육교육학 재학 중

경력 :
▶2010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2009.06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전환 홍보대사
▶2009.05 인천국제공항 명예홍보대사
▶2009.04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대사
▶2009.04 한국방문의 해 홍보대사
▶2007.09 국정홍보처 다이내믹 코리아 홍보대사
▶2006 경기도 홍보대사
▶2003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수상경력 :
▶2010년 제21회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
▶2009년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 1위
▶2009년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1위
▶2009년 국제빙상연맹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문 1위
▶2008년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2위
▶2007년 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1위
▶2007년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동메달
▶2006년 세계 주니어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우승
▶2004년 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그랑프리 2차대회 여자 싱글 우승
▶2002년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트로피대회 노비스 부문 우승
▶1999년 전국동계체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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