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밴드의 ‘한국 록 다시 부르기(1999)’는 한국 록 역사 40년을 총 망라한 명반이다. 이 앨범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기타리스트 유병열이다. 들국화 원곡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절규하는 윤도현의 육성과 함께 폭발적인 기타 연주로 록 매니아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안치환과 자유’의 드러머 나성호. 이후 이 밴드의 사회적인 메시지를 강렬한 드럼 비트로 채워준 인물이다. 유병열과 나성호는 각자의 밴드와 결별한 뒤 새로운 팀에서 의기투합한다. ‘비갠 후(began who)’.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밴드 ‘상호’ 부터 그들의 사연과 딱 맞아 떨어진다. 비갠후는 2002년 1집 앨범 ‘록에 희망은 있다’를 발표 한 뒤 8년의 공백기를 거쳐 2집 ‘The City Life’를 발표하고 정통 록의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비갠후의 리더 유병열을 통해 그들이 음악으로 말하는 시대를 들어봤다.

“방송에 나가면 록 밴드는 별로 할 게 없어요. 라이브가 참 즐거운데 말입니다.”

비갠후의 유병열이 말했다. 1집 ‘록에 희망은 있다’는 앨범 타이틀 의미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방송에 출연해 ‘핸드싱크(연주하는 흉내)’를 할 바에야 라이브를 통해 록 밴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비갠후는 이런 마인드로 결성됐다. 2002년 첫 앨범을 발매 한 뒤 8년의 공백기를 거쳐 두 번째 앨범을 내고 정통 하드록 사운드를 선보였다. 유병열과 나성호는 공백기 동안 또 하나의 프로젝트 밴드 ‘이퍼블릭’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왔고, 활발한 공연 세션 활동을 해왔다.

비갠후는 영화 ‘킬러들의 수다’ OST에 수록됐던 ‘다시 사는 거야’를 통해 대중들에게 이미 알려진 밴드. 8년의 공백기를 거치면서 오디션을 통해 보컬 ‘김길중’을 영입했고, 키보드 ‘광기’, 베이스 ‘장재혁’으로 이어지는 5인조 라인업을 완성했다. “비갠후가 추구하는 음악은 블루스가 가미된 정통 아메리칸 하드록이다.” 유병열은 비갠후의 음악을 이 한 마디로 소개했다. 실제 앨범에서 유병열의 연주는 블루스에서 주로 쓰이는 펜타토닉 스케일을 기반으로 한 강렬하면서 섬세한 음의 확대 전개가 일품이다. 새 앨범의 첫 곡 ‘City Life’와 ‘Fighter'는 60~70년대 록큰롤 풍의 기타 리프와 함께 마샬 앰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크런치 사운드를 그대로 앨범에 담아냈다. ‘소망Ⅱ’는 감미로운 블루스 전주를 시작으로 파워풀한 록발라드 패턴을 유지한다. 끈적 하면서 착 달라붙는 기타 배킹 연주로 시작되는 곡 ‘Money'의 기타솔로는 미국의 유명 블루스 기타리스트 스티비레이본(Stevie Ray Vaughan, 1954~1990 )의 화려한 플레이를 연상케 한다. 유병열과 나성호가 이퍼블릭에서 절제된 연주와 정제된 사운드를 들려줬다면, 비갠후의 사운드는 말 그래도 록큰롤 사운드로 샤워를 한 느낌이다. 유병열과 나성호는 비갠후를 통해 절제미를 던져 버리고 폭발적인 연주를 보여준다. 유병열은 “비갠후를 결성한 취지는 하고 싶은 거 하자는 것 이었다”면서 “1집이 그나마 팝 적인 락이었다면 2집은 블루스가 가미된 아메리칸 하드록 스타일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비갠후는 현재 왕성한 라이브 공연을 통해 밴드의 인지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유병열에게 라이브 공연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라이브만이 진정한 록 사운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말을 예상했던 기자에게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유병열은 “록 밴드가 방송에 나가면 사실 할게 없다”면서 “예능 프로그램이 있긴 한데 예능에 발버둥 쳐서 나올 이유가 없다보니 방송에 나갈 일이 없다. 그리고 라이브가 참 즐겁지 않느냐”고 한국 대중음악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비갠후는 앞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만 할 생각이다. 유병열은 비갠후의 미래에 대해서는 “초창기 때 했던 한 가지 장르로 끝까지 간다는 생각은 없다”며 “좋다고 생각한 것을 다 접목하며 좋아하는 음악을 즐겁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